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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행물윤리위원회, 네거티브 마케팅 시도?
김태현 기자  |  ge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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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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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현 기자
이미지와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 쉽고 간단한, 그리고 더 자극적인 매체가 득세하고 있는 시대다. 그래서인지 수천 년을 내려오며 인류에게 지식과 도덕을 알려주는 ‘책’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물론 연간 독서량이 줄어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어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읽히는 책의 대부분이 경력개발을 위한 자기관리 서적이나 자격증을 위한 수험서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수십, 수백 년 동안의 베스트셀러인 고전은 책장 한 구석에서 먼지만 덮어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판매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고전이 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이 책은 하루에 2~10권 정도만이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8일부터 갑자기 판매량이 증가했다. 18일에는 180권, 19일에는 250권이 넘게 팔렸다. 교보문고에서도 이틀 동안 220권이 넘게 팔렸을 정도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해답은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프랑스 작가 마르키 드 사드(1740∼1814)의 소설 『소돔의 120일』에 대해 내린 결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소돔의 120일』을 유해간행물로 판정했고, 이에 따라 수거·폐기가 결정됐다. 유해간행물은 사회를 위협할 만한 반사회성, 음란성, 선정성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경우 지정된다. 이제 이 책을 구할 방법이 없어지기에 많은 사람들이 앞 다투어 책을 구매하고 있다.

쓰인 지 200년이 지난 책에 유해간행물이란 딱지를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돔의 120일』은 극단적인 인간의 행동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해주는 고전 명작 중 하나다. 사드라는 이름에서 사디즘이라는 용어가 태어났을 만큼 작품 곳곳에서는 노골적이고 음란한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이 음란한 소설이기만한 것은 아니다. 이 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은, 성을 온전히 드러냄으로써 그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였을 뿐이다.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이러한 문학적 가치를 갖고 있는 『소돔의 120일』을 ‘야동’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어쨌든 적나라한 표현들이 등장하니까. 위원회는 최근 비인간적인 성범죄사건들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이 올바른 성의식을 갖게 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성범죄자 가운데 이런 소설책을 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철학적인 내용이 많아서 학자들도 제대로 보기 어려울 정도인데 말이다. 위원 분들이 책을 끝까지 보긴 한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똑하신 위원 분들이 그렇게 함부로 결정을 내렸을 리가 없다. 아마도 그분들은 점점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고전에 대한 열정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이런 일을 꾸민 것이 아닐까. 당장 급증하고 있는 판매량만 보더라고 이를 알 수 있다. 수많은 비난을 감수하고 고전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위원님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김태현 기자 ge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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