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다 拜, 봉우리 峯에 담긴 여러 가지 설
 

우리대학 캠퍼스 지도를 펼쳐보자. 제2공학관과 경상관 사이에 있는 건물이 하나있다. 그 건물의 이름은 다름 아닌 ‘배봉관’이다. 또 인문학관 뒤편에 위치한 연못이 하나있다. 이 연못의 정식 명칭은 ‘하늘못’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하늘못’보다는 이칭 '배봉탕'에 더 익숙하다. 학생들은 연못에 사는 오리를 ‘배봉덕’이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하늘못 뒤편에 있는 ‘노천극장’의 양쪽 끝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산길 산책로가 나오는데, 이 산의 이름도 ‘배봉산’이다.

▲ 배봉산의 산책로

이렇게 우리대학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이름 ‘배봉’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아직까지 배봉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불분명하다고 한다. 다만 사도세자의 묘소인 ‘영우원’이 수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배봉산에 있었고 순조의 생모 수빈 박씨의 묘소인 ‘휘경원’도 남양주로 옮겨지기 전에 배봉산에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배봉’의 유래를 설명하기 위한 이야기로 정조가 부친의 묘소를 향해 절을 했기 때문이라는 설, 산의 형상이 도성을 향해 절을 하는 형세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 이곳에 왕실의 묘소인 영우원과 휘경원이 있어서 나그네들이 고개를 숙이고 지나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 있다. 한편 배봉산 앞뜰의 ‘동적전’에서 왕이 친히 농사를 지으며 하늘에 풍년을 기원한 선농제와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다. 108m의 작은 동산에 의외의 깊은 역사가 서려 있는 점은 상당히 이채로운 사실이다.

▲ 동대문구를 세로지르는 배봉산근린공원

배봉산은 인근 주민들의 공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는 북에서 남으로 동대문구를 세로 지르는 녹지대를 중심으로 동쪽이 청량리동, 전농동, 답십리동, 서쪽이 장안 1, 2동으로 나눠진다. 이 녹지대의 위쪽이 동대문구 유일한 산지형 공원인 ‘배봉산근린공원’이고 아래쪽이 배봉산과 육교 및 소로로 연결되는 ‘답십리근린공원’이다. 군자교에서 부터 시작해서 중랑천을 따라 답십리 근린공원까지 이어지는 5.9㎞의 천혜의 걷기코스가 우리대학 뒤편에 조용히 숨어 있는 것이다.

▲ 배봉초등학교 안쪽에 위치한 비석

산책하기 딱 좋은 아담한 크기의 배봉산에는 주민들의 건강을 위한 체력단련시설이 곳곳에 배치돼있다. 정상에 약간 못 미친 곳에는 약수터도 있어 잠시 목을 축일 수도 있다. 또한 야생화단지, 생태연못 등이 조성된 자연학습장에는 측백나무, 맥문동 등 자연 수종과 그 설명이 함께 전시돼 아이들 체험학습장으로도 유용하다고 한다.

캠퍼스 안 곳곳에 숨어있는 이름도 ‘배봉’, 우리가 평소에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곳에 숨어있는 천혜의 산책로가 있는 곳도 ‘배봉산’이다. 어쩌면 배봉은 ‘숨어지낸다’는 의미가 아닐까?

글·사진_ 장국영 기자 ktkt111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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