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으로 돌아와 보니 책상 위에 서울시립대신문사에서 온 편지가 한 통 놓여있었다. 나는 지난 6월 ‘꿈을 향해 달리는 당신’ 이라는 신문사 주관 행사에 참가해 100일 후 나에게 편지를 썼었다. 알 수 없는 설렘과 함께 봉투를 열었다. 눈에 익은 편지지와 익숙한 글씨였지만, 왠지 모를 낯설음이 몰려왔다.

편지 속 100일 전 나는 스무 살 잔인한 6월을 보내고 있었다. 스무 살의 꿈, 대학생으로서의 이상이 모두 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나의 모든 것을 계획대로 척척 해내기엔 나는 너무 어렸고 무지했으며 현실적이지 못했다. 내가 쌓아온 모든 것들이 ‘희망’이 아닌 ‘허망’이라는 생각에 좌절했고, 고통스러웠다. 나는 하염없이 무너져 내렸다. 아무 것도 하기 싫었고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끝이 없을 것 같은 한 차례의 괴로움이 지나가고 100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편지를 읽으며 그때의 나를 객관적이고 냉정히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때 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좌절한 게 아니라 도전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할 수 없다는 나의 나태한 생각에 사로잡혀 내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 괴로워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이 나를 괴롭게 만든 게 아니라 내가 나를 괴롭혔던 것이다. 100일 전에 내게 쓴 편지를 보며, 내가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고통의 순간을 통과해 멀쩡히 잘 살아가고 있다. 100일 후 지금 더 강한 내가 남아있다.

고희은(국제관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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