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으로 알아보는 ‘나’, 『프로이트의 의자』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사주를 통해‘나’를 찾다


누구나 한번쯤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갖는다. 이 의문을 해소하는 방법에는 여행, 공부, 놀이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이 중 심리학, 사주명리학적으로 ‘나’를 찾는 방법을 서술한 책이 있다.

 
정신분석의인 정도언은 그의 저서 『프로이트의 의자』에서  정신분석학을 통해 숨겨진 ‘나’라는 존재를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고전평론가인 고미숙은 사주명리학을 통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개괄적인 틀을 잡을 수 있으며, 그 방법이 그의 저서인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 나와 있다고 소개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이 두 권의 책들이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나’를 찾게 해주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1856~1939)

무의식 안에 숨겨진 ‘나’를 찾다.
『프로이트의 의자』는 정신분석학에 의거해 쓴 책이다. 정신분석학이란 정신의 심층, 곧 무의식의 관찰과 분석을 통해 이론적 체계를 정립한 학문이다. 이 학문을 창시한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을 이드(욕망), 에고(자아), 슈퍼에고(초자아)로 구분하고, 이를 분석함으로써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다.

정신분석학에서 숨겨진 ‘나’를 찾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의식’이다. 무의식은 의식으로 발현되지 않은 것들이 가득 차있는 커다란 지하창고라 할 수 있다. 이 지하창고 안에는 마음이 상처를 받아서 생긴 불안, 우울, 분노 등의 감정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감정들로 인해 내 마음속은 항상 전쟁이 일어난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라 하지 않았는가. 마음속의 전쟁을 극복하려면 이러한 감정들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무의식이 상처를 받아 나타나는 감정 중 우리가 제일 흔히 느끼는 감정은 ‘불안’일 것이다. 불안이란 감정은 우리의 마음이 무엇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사람들은 이런 불안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결국 불안을 피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계속 피하다보면 불안은 누적이 된다. 차라리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안한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내 마음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뭐가 잘못돼 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숨겨진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무의식이 받은 상처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도 나에 대한 탐구 중 하나이다. 마음의 상처를 수습하려는 행동을 ‘방어기제’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방어기제에는 ‘합리화’와 ‘억압’이 있다. 합리화는 받아들일 수 없는 태도, 행동 등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지적으로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솝 우화 중 <여우와 신포도>에서 합리화의 대표적인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포도밭을 지나가던 여우가 포도가 높이 달려있어 먹을 수 없게 되자, “저 포도는 어차피 신맛이 강해 먹을 수가 없어!”라고 둘러대는 게 바로 합리화의 모습이다.

억압은 의식에서 받아들이기 거북한 욕망, 충동, 생각을 무의식에 파묻어 버리는 것이다. 오래 사귀었지만 헤어진 옛 연인의 이름을 까먹은 경우가 억압에 해당한다. 기억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 이름을 그냥 잊어버린 것이다. 이는 마치 책상 위에 놓인 헤어진 남자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파서 서랍 속 깊숙이 밀어두고 어디에 넣었는지 조차 까맣게 잊은 것과 같다. 이렇게 무의식이 상처 받지 않게 어떻게 방어하는지 알아내면 ‘나’가 그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있다. 결국 ‘무의식’을 안다는 것은 ‘나’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상생과 상극으로 이루어진 오행생극화도

운명과 자연의 관계를 통해 찾는 ‘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는 인문학과 사주명리학을 골고루 섞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사주명리학은 생년월일시를 가지고 평생의 운을 읽어내는 것으로 우주의 질서와 인간의 삶을 동일시함으로써 출발한다. 저자는 사주가 밤하늘의 별과 인생의 길을 하나로 이어 줄 지도라 칭하며 몸과 마음 모두가 아픈 현대인들이 사주를 통해 스스로 원천을 탐구하기를 권고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사주명리학은 도인이나 무속인의 전유물이라 간주하고, 영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이에 대해 사주는 통계학에 기반한 학문이며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미신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나에 대한 탐구를 통해 나를 구원하고 이를 사회를 바꾸는 데 사용하라고 한다. 나의 욕망, 나의 질병을 탐구하고 해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전파하고 순환시킬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여기서 구원은 한마디로 말하면 운명에 대한 사랑이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흐름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사주명리학에서 말하는 운명은 숙명이 아니다. 인생을 결정된 것으로 보는 숙명과 달리 운명은 기본적인 틀 안에서 자신이 바꿔나갈 수 있는 요소가 매우 많다. 저자는 운명을 설정해주는 사주팔자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네비게이션 역할을 할 뿐이며 꼭 그 길로만 가야한다는 얘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즉 운명을 알게 됨으로써 내가 가야 할 길을 정하는데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주명리학에서는 인간의 운명을 우주 및 자연에 빗대어 풀어내고 있다. 인생을 계절의 순환, 즉 봄·여름·가을·겨울의 순환 및 그 계절의 자연적 특성에 비유하고 있다. 청춘은 봄이고 중년은 여름, 폐경 이후는 가을 그리고 육십대 이후는 겨울이다. 또한 음양오행을 따라 나뉘는 다섯 개의 스텝인 ‘목화수금토(木火水金土)’ 역시 자연과 관계를 맺음으로 인해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한여름 정오에 태어난 사람의 경우 ‘화’의 기운이 강하다. 이러한 불기운을 많이 가진 사람은 자신을 외부로 드러내고자 하고 열정이 지나치다. 결국 우주와 자연의 원리를 궁구하여 얻은 정보를 통해 나의 특성이 무엇인지 또 자연이 어떻게 나와 관계를 맺는지 알 수 있다.

▲ 우리의 의식은 빙산의 일각이라 볼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의 두 권의 책은 앞서 말한 정보들 외에도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다른 내용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아무 비판 없이 모든 정보를 수용하고 맹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취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좋다. 또한 지식을 확장시켜야 한다.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의 저자인 고미숙은 자신의 운명 및 팔자를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고전을 읽으라고 주장한다. 고전이 전해주는 인생과 자연의 섭리를 배움으로써 나의 삶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서 당신은 ‘나’라는 존재에 대해 한 단계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