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닌텐도DS로 리메이크된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국내 어디를 가든 PC방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초중고교와 대학교 인근에 PC방이 없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기 위해 PC방을 찾는다. 2011년 기준 약 1만 3천여 곳에 이르는 PC방 점포수는 컴퓨터 게임이 이미 하나의 문화 매체로서 성장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게임(game)’의 어원은 인도유럽어족의 단어인 ‘ghem’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ghem’은 ‘흥겹게 뛰다’라는 의미다. 국립국어원은 게임의 의미를 ‘규칙을 걸어놓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본래 게임은 도박이나 스포츠 경기를 지칭하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흔히 게임이라고 하면 컴퓨터 게임이나 콘솔 게임 등의 ‘비디오 게임(video game)’을 떠올린다. 게임의 한 갈래인 비디오 게임이 확산되면서 본래 단어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 최초의 게임인 <스페이스 워>의 구동화면

최초의 비디오 게임 <스페이스 워>
비디오 게임의 역사는 컴퓨터에서 키보드가 도입되기 시작한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IT에 재학 중이었던 스티브 러셀은 평소 즐겨 읽던 SF소설을 컴퓨터로 구현하고자 했다. 그 결과 최초의 비디오 게임인 <스페이스 워(Space War)>가 탄생했다. 두 명의 플레이어가 각각 한 대의 우주선을 조종해 상대의 우주선을 격추시키는 게임으로 지금의 시각으로 본다면 지극히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스페이스 워>는 이후 게임이 하나의 산업으로 형성되는 단초를 마련하게 된다.

<스페이스 워>에 푹 빠져있던 청년인 놀란 부쉬넬은 유타대학교를 자퇴하고 비디오 게임 제작회사인 ‘아타리(Atari)’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게임제작을 시작한다. 부쉬넬은 1972년 탁구와 유사한 구조의 비디오 게임인 <퐁(Pong)>을 출시해 커다란 성공을 거둔다. 최초로 성공을 거둔 상업용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부쉬넬의 아타리는 80년대 초까지 게임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이후 부쉬넬은 500달러에 지나지 않았던 창업자본금의 수천 배에 이르는 수익을 거둬들인다.

▲ 닌텐도의 시대를 열어준 ‘패미컴’

게임 산업의 위기, ‘아타리 쇼크’
아타리의 승승장구는 계속됐다. 하지만 부쉬넬은 더 큰 성공을 원했다. 막대한 개발비용 때문에 출시를 미루고 있던 가정용 게임기 ‘아타리 2600’의 발매를 위해 그는 2,700만 달러에 아타리를 워너에 매각한다. 이후 1977년 출시된 아타리 2600은 2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자 아타리의 개발진은 점점 자만에 빠졌다. 아타리 내부에서는 “쓰레기를 카트리지에 넣어서 백만 개를 팔 수도 있다”는 말이 떠돌아다녔다. 게다가 워너의 경영진은 게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들뿐이었다. 결국 1983년 비디오 게임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어 게임시장 자체가 붕괴해버린 ‘아타리 쇼크(Atari Shock)’가 발생한다.

아타리 쇼크를 지켜보고 있던 일본의 작은 화투 제조회사가 게임 산업에 뛰어들게 된다. 세계 최대의 게임회사로 성장할 닌텐도(Nintendo)의 등장이었다. 아타리 쇼크가 일어났던 해의 7월 15일, 닌텐도는 가정용 게임기 ‘패미컴’을 출시해 아타리가 무너진 게임시장 전반을 장악해 나간다. 패미컴 자체의 성능이 뛰어난 데다 이후 출시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시리즈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둠에 따라 제1의 게임 제작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지금은 게임 춘추전국시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컴퓨터그래픽과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게임의 형태도 점점 변화하게 된다. 최초의 3D 게임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만 최초의 1인칭 FPS 게임으로는 <울펜슈타인 3D>가 꼽힌다. 조작하는 캐릭터를 내려다보는 기존의 3인칭 방식에서 화면이 캐릭터의 시점으로 구현되는 1인칭 시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또한 본격적으로 3D 기술이 게임에 적용되기 시작함과 동시에 시뮬레이션, FPS, RTS 등 새로운 장르의 도입이 본격화됐다.

다양한 게임의 등장과 함께 수많은 게임 제작사들 또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로 유명한 블리자드, <니드 포 스피드>, <피파>, <C&C> 시리즈의 일렉트로닉 아츠,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밸브 등이 대표적인 게임 제작사들이다. 이 중 블리자드와 일렉트로닉 아츠는 나스닥100에 속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게임에 대한 국내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해 11월 20일에는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이용시간을 법률적으로 제한하는 제도인 셧다운(shutdown)제가 논란 속에서 시행됐다. 게임을 부정적인 요소로만 판단하는 정부의 시각과 달리 게임은 이미 효자 산업으로서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NC 소프트의 <리니지>는 총 13억 달러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하며 ‘게임 한류’의 발판을 마련했다. 후속작인 <리니지2> 역시 1조 2천억 원에 이르는 누적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밖에 <던전 앤 파이터>, <메이플 스토리> 등의 게임도 1조 원 이상의 누적 매출을 올린 한국 게임으로 기록됐다. 과거에는 게임을 ‘전자 완구’의 개념으로 인식했다면 현재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문화 장르로서 발전한 것이다.

김홍진 기자 bj293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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