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우리나라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책 한 권이 출판됐다. 바로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이 책의 열풍과 함께 국내에선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계속 대두됐던 인문학의 위기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책이 출판된 지 2년이 조금 넘은 지금, 인문학은 여전히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현재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그리고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고등학생들에게 희망 진학 학과를 물었을 때, 인문학과 관련된 학과를 희망학과로 말한 사람은 드물었다. 인문 관련 학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는 질문에 많은 학생들이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인문 관련 학과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홍대훈(현대고 2)씨는 “인문학은 모든 일에 기초가 되는 학문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인문학 관련 학과가 직업을 구하기 어렵고, 봉급이 낮다고 생각해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점으로 학생들이 인문학을 배우고 싶지만 인문학을 가르치는 전문적인 기관이 없고,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은복(현대고 2)씨는 인문학에 대해 “한 번쯤 배워 보고 싶은 학문이다. 하지만 입시와 수능준비 등의 공부 때문에 배워볼 시간이 없다. 또 인문학을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는 학원이나 가르쳐 줄 선생님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인문대 학생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A씨는 “인문 관련 학과를 다닌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실로 놀랍다. 일단 밥값벌기도 힘들다는 말과 함께 전과 내지는 복수전공을 강력히 권유한다”며 “타대학에서 나와 같은 분야를 전공하신 분도 배고픈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고 다소 자조적으로 말씀하셨다”고 했다. 또 B씨는 “아무래도 인문대학에 다닌다고 하면 주변에서 성적을 맞춰 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또 다른 고충을 얘기했다.

국어국문학과 이동하 교수는 인문학이 경시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인문학이 경시되고 있는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근대 자본주의 체제가 자리 잡은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난다. 자본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회에서 인문학적인 가치는 경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문학이 사회에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동하 교수는 사회의 시련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취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문학에 관심을 덜 갖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취업을 비롯해 인생을 살면서 많은 시련을 겪는다. 인문학적 지식은 이런 시련을 맞이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강하고 여유 있게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라며 인문학이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학문임을 강조했다.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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