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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사람의 혈관과 같은 존재랍니다”
이설화 기자  |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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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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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그 중 하나가 지하철일 것이다. 지하철은 공휴일 없이 서울 사람들의 발이 돼 준다. 29년 째 지하철 지킴이를 하고 있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김상진 역장(54)은 이번 추석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10월 중순에 휴가를 받으면 성묘를 갈 예정이라는 그와 지하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상진 역장이 동대문역사공원역 내에 붙어있는 지도를 가리키며 웃고 있다.

지하철 역장님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역에서 종사하는 일반 직원들은 9시가 정식출근이지만 역장은 8시까지 출근을 해요. 저는 7시 30분까지 출근을 해서 역을 순회하며 시설을 점검하고 승객 안내를 해요. 오후에는 사고가 난 열차가 있으면 처리 방법을 지시하거나 직접 열차에 가기도 해요. 기계공이 열차를 고치러 오면 수리를 지시하는 등 역사 내 일을 총괄하죠. 마지막으로 교통카드 충전 수익금을 은행에 납부했는지 전날 수익금은 얼마인지 등 결제와 관련된 일을 확인하고 오후 5시 30분에 퇴근을 합니다. 하지만 퇴근을 해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순 없어요. 갑자기 사고가 나면 다시 역에 나와야 하거든요.


하루에 몇 명의 사람들이 오가는지, 하루 중 이동인구가 제일 많은 시간은 언제인지 궁금해요.
하루 동안의 승객 수는 지하철 본사의 대형 컴퓨터에서 자동으로 처리돼요. 우리 역은 하루 평균 3만 6천 명의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 2, 4, 5호 세 호선이 만나는 역이라 환승인원이 무려 28만 3천 명이랍니다. 수도권 전철에서 35만 명으로 환승인원이 가장 많은 신도림역 다음으로 많아요.
이동인구가 제일 많은 시간은 당연히 아침 출근 시간과 저녁 퇴근 시간이죠. 서울을 종단하는 4호선은 7시 40분에서 9시까지 그야말로 전쟁이에요. 굉장히 복잡하고 사고가 일어날 우려도 크기 때문에 전 직원이 긴장을 한답니다. 만약 열차가 한 대라도 고장나면 머리가 아파요. 평소에는 3분마다, 아침 러시 때는 2분 30초마다 열차가 와야 하는데 열차가 한 대라도 정시에 도착하지 않으면 승객들에게 큰 피해를 주죠.


아침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오후에는 퇴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이잖아요.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요. 제 역할은 서울시 1천만 시민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힘든 모습일 수 있지만 보는 저는 설레요. 매일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재미있고요. 오늘도 여러 손님을 만났고 ‘별탈 없는 하루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어요.


역장님께서 근무하시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역 이름이 굉장히 길죠? 옛날에는 동대문운동장역이었어요. 그런데 잠실에 야구장이 크게 생기면서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역 인근에 역사관과 문화공원을 만들었죠.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면서 발굴된 유적을 동대문 역사관에 전시해 놓았어요. 서울시는 도시철도 역명을 짓는 위원회가 따로 있는데 여기에서 여론을 수렴하고 토론과정을 거쳐 지금 의 역명이 만들어졌어요.


지하철 내에서 불편한 점이 있으면 어떻게 문의하면 되는지 또 어떤 종류의 민원이 있는지 궁금해요.
아주 편리한 방법이 있어요. ‘서울메트로’는 1577-1234번(1~4호선), ‘서울도시철도’는 1577-5678번(5~8호선), ‘철도공사’는 1577-7788번으로 전화해 문의하면 이를 총괄하는 종합 관제 콜센터에서 해당 역에 지시를 해줘요. 그리고 카드를 찍는 게이트 옆의 안내부스에는 역무원이 상주해요. 역 내의 문제는 이분들께 이야기하면 돼요. 민원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이 지하철 안이 덥다든지, 지하철 안에서 싸움이 났다든지 하는 작은 사건들이에요. 여름에는 빈혈로 쓰러진 여학생을 제보하는 전화도 많이 와요. 연락이 오면 역무원은 학생의 상태를 확인하고 119를 부르죠.


제 친구는 지하철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가 역 직원분이 찾아주셔서 음료를 선물했다고 자랑을 하던데 이런 일이 종종 있나요?
한 번은 여성분이 자판기 음료를 먹으려고 동전을 꺼내다가 호주머니에 넣어 둔 반지를 자판기 안에 빠뜨린 적이 있어요. 자판기는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자판기 회사에 전화를 해 기계로 옮겨 반지를 찾았죠. 며칠 뒤, 이 분이 감사하다며 케이크를 들고 역장실에 찾아 왔어요. 저는 작은 일을 했을 뿐인데 직접 찾아오셔서 감동을 받았어요. 이 외에도 승객분들께 감동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지하철은 쉬지 않고 달리잖아요. 그렇다면 지하철을 운전하는 도중에 기관사는 화장실이 급하면 어떻게 하나요?
기관사는 하루에 한 번, 많아야 두 번 정도 왕복하면 운행이 끝나요. 열차를 운전할 때 기관사는 굉장히 긴장하고 타지만 오랜 시간 운전하면 집중도가 떨어져 무조건 교대를 해야 돼요. 그래서 운전 도중 화장실이 급한 경우는 없어요. 그리고 교대하기 전에 용변을 꼭 보고 운전 좌석에 앉죠. 하지만 배탈이 났다거나 정말 급한 경우를 위해 비닐봉지가 달린 임시변기가 열차 내에 존재해요.


역장님은 회의시간에 직원들에게 어떤 말씀을 하시나요?
우선 지하철에서 일을 하면 햇빛을 못보고 특히나 사람도 많이 다니기 때문에 먼지가 많아요. 근무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죠. 우리도 일반 노동자처럼 내 몸이 재산인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직원들이 모인 회의시간이나 틈이 날 때 항상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고 말한답니다.
또한 저는 우리 역이 승객들에게 친절하고 편안한 역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항상 “승객을 내 딸로, 내 친구로, 우리 부모님으로 생각하고 대하자”라고 말해요. 그 결과 우리 직원들의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작년에 ‘친절 우수 역’으로 선정됐답니다. 지하철 우수 역은 시민들이 주는 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시민들이 몰래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해 역내 서비스 점수를 매기기 때문이죠. 이와 함께 서울메트로에서 통계 내는 유실물을 찾아주는 건수 등을 종합해 지하철 역 중 5개 역을 뽑는데 우리 역이 선정됐어요. 앞으로도 승객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야죠.


지하철이 없으면 서울 교통이 마비될 것 같아요. 그만큼 다른 어떤 도시보다 서울에서의 지하철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울의 온 사방을 가로지르는 지하철의 역할을 어떤 것에 비유하고 싶으세요?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노선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지금은 9호선까지 개통된 상태고 직원도 모르는 역이 있을 정도로 복잡해요. 저는 서울의 지하철을 사람의 혈관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복잡하다는 점도 유사하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아도 꼭 필요한 존재라는 점이 가장 똑같아요. 지하철은 땅속으로 다니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볼 수 없어요. 하지만 지하철 없는 서울 교통을 상상할 수 있겠어요? 혈관이 피를 나르듯 지하철도 사람을 실어 나르죠. 제 비유가 적절했나요?

글·사진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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