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저명한 법학자 루돌프 스멘트는 국가는 정치적 일원체로 통합되어가는 부단한 과정이라고 갈파했다. 그는 이 통합에 기여하는 요소의 하나로 인적통합의 요소를 들고 있다. 말하자면 국가란 통합을 이끄는 인물에 따라 통합의 정도가 좌우된다는 의미이다. 스멘트의 통합이론에 대하여는 많은 비판이 있지만, 국가에 있어서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정치적 관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그것이 탄생한 20세기 초반의 열악한 정치적 수준에서 볼 때 탁월한 것이었다.

공화국에 있어서 통합의 중심인물은 단연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에 따라 국가는 통합의 길로 가기도 하고 분열의 길로 가기도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동안 어떠했는가. 최초의 대통령인 이승만은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세계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일제치하의 조국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그의 애국심에 대해서 전 국민은 열광하였다. 그러나 그가 통치한 수년간은 그야말로 파국과 격동의 정세였다. 반만 년래 최고의 민족적 부흥기를 맞이하게 한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도 정치적 편향으로 말미암아 오늘날까지도 분열의 씨앗이 되고 있고, 그가 이룬 경제적 기적마저 빛바래게 하고 있다. 그 후의 대통령도 퇴임 후 결국은 영어의 몸이 되거나 가족이나 친인척의 비리로 곤혹을 치르고, 급기야 자결하는 대통령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민통합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 것은 아니었는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자괴감마저 든다. 다음 달 19일이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이제 우리의 대통령은 존경과 신망을 받으며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영원히 통합의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당선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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