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김태현 기자
최근 2호선 지하철에 자주 등장하는 깡패할머니가 이슈가 됐다. 할머니는 지하철을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막무가내로 욕과 폭력을 퍼부었다. “닥쳐 이X아. 몰라 이X아.” 자리에 앉아있던 여성은 영문도 모르고 욕을 얻어먹었다. 정강이를 얻어맞은 누리꾼의 제보도 있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미친 할머니 때문에 지하철을 못 타겠다’,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같은 의견들을 올렸다. 할머니를 취재한 언론을 통해 할머니가 자식을 잃은 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누리꾼들의 비난은 그치지 않았다. 물론 할머니의 행동은 충분히 비난받을 만하다. 하지만 서민들의 주요한 교통수단인 지하철에서 퇴출당할 상황에 놓인 할머니를 보니, 누구나 사회의 압박을 피할 수 없는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긴다.

이와 같은 일종의 광기에 대해 프랑스의 사회학자 미셀 푸코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 고대와 중세 시절에는 미친 사람은 그저 다른 사람으로 생각됐다. 그들은 지금처럼 병을 앓는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았고, 오히려 다양한 상상력을 지닌 존재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등장하며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가 오자, 이들의 위치는 달라졌다. 이성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광인들은 이들을 수용하는 비정상인이라는 딱지를 달고 정신병원이라는 형태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어서 푸코는 정신병원이 이성 중심적 사회가 인간을 지배하기 위한 억압적 수단의 도구라고 말했다. 푸코의 이론은 사회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반할 경우 그들을 비정상인으로 취급하며 격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가진 다른 가치나 당연히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는 사회에 의해 억압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선 보다 쉽게 예전의 ‘광인’이 될 수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 특징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사회에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가차 없이 감옥에 갇힐 수 있다. 그 가능성이 더 큰 계층은 사회적 약자 층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양로원과 요양원에 갇히기 시작한 노인계층, 일자리는 주어지지만 사람들의 삐뚤어진 시선을 여전히 받고 있는 장애인계층, 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난의 덫에 잡혀버린 저소득계층. 이들은 사회에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기 힘들기에, 사회가 가하는 폭력에 저항하기 힘들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며 따르는 법, 규칙, 행동들이 우리도 모르게 누군가를 상처주고 억압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인권을 갖고 있고, 이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인간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힘들게 얻게 된 것인 만큼 귀중하게 다루고 지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일 테다. 누구나 ‘광인’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태현 기자 ge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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