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필요성 절감해도 안정성 추구
정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늘려야


일본은 이번 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야마나카 신야를 포함해 벌써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 중 기초과학 분야인 화학, 물리학, 생리의학에서의 수상자는 무려 16명이다. 일본의 기초과학 분야 기술이 이미 성장기를 넘어 안정기에 들어선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초과학 분야에서의 노벨상 수상경력이 전무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여전히 공부를 잘하면 의대를 가야 한다는 사고에 갇혀 ‘의대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13년 수시에서는 성균관대 일반학생전형 의예과가 293.8:1, 중앙대 일반전형 의학부가 231.36:1, 고려대 일반전형 의대가 110.64:1 등으로 각 대학의 학과 중 의학계열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또한 의학계열 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시험인 PEET(약학대학 입문자격시험), MEET·DEET(의치학교육 입문검사) 2012년 응시자는 각각 13,142명, 8,564명, 2,081명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기초과학 존중하지만 마음은 의학계열로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 중 대다수가 기초과학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 정책이 기초과학을 장려하는 데 인색해 안정성이 없어 꺼리게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초과학 연구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불투명한 진로 때문에 의학계열로 진학하려 하는 것이다. 다른 학과의 경우는 자신의 전공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데 의학계열 같은 경우는 직업을 의사로 명확히 정할 수 있다.

약대 편입을 준비하고 있는 화학나노과학과 이지은(이화여대 2)씨는 “기초과학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기초과학은 미래가 불안하다. 현재 정책은 의학계열에 주는 혜택이 아주 많다. 약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면 약사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기본적인 직업 보장이 될 뿐 더러 취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예과에 재학 중인 김재현(순천향대 2)씨는 “부모님이나 친척 등 주위에서 학생들에게 실력이 된다면 다른 이공계열보다는 의대를 권유한다. 직업을 선택할 때 상당수 학생들이 사회적인 시선이나 금전적인 조건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보니 주변의 권유에 따라 의대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의학계열 대학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동화고 학생 A 씨는 “첨단산업이 발전해 전문분야인 의학계열도 기계가 대신하는 부분이 많아 안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초과학 분야에는 미래성이 없어 보여 진학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기초과학, ‘후진국 수준’
우리나라 학생들이 기초과학을 기피하는 현상은 정부 제도의 영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30년 전에 했던 방식처럼 기업체의 기술 개발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응용과학의 발전에 도움을 줬지만, 기초과학은 OECD 국가에서 하위권을 차지하는 결과를 빚었다.

현재 기초과학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힉스입자’에 대한 우리나라 기초과학계의 태도가 우리의 현재 실정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힉스입자’를 연구하는 기술자의 수는 30여 명 밖에 안 된다. 이는 미국 MIT의 연구진만 100여 명임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이다.

또한 우리나라 연구진이 시설, 조건 등이 좋은 외국 기관에 취업해 외국 기관의 이름으로 연구하는 경우도 있다. 과학기술 연구원의 ‘이공계 유출입 수지와 실태’ 통계를 보면 2009년 이후 매년 3만명 이상의 대학(원)생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 물리학과 민현수 교수는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학문적인 수준은 일본에 비해 질과 양 모든 측면에서 20~30년은 뒤쳐진다. 굳이 비교하자면 후진국과 비교해야 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기초과학에 투자 비중 늘려야
우리나라 전체 R&D(연구개발) 투자의 GDP 대비 투자규모가 2009년 OECD 국가 중 4위에 올랐다. 하지만 전체 투자비용 중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비율은 35%로 미국의 50%에 비하면 아직 저조하다. 민현수 교수는 “응용과학 분야는 이미 성장했으므로 이제 산업체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산업체가 할 일은 산업체가 하고 정부가 할 일은 정부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응용과학 분야는 경쟁력을 갖췄으니 이제 정부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브레인리턴 500’이라는 정책을 통해 외국에 정착한 우리나라 연구원들을 우리나라로 돌려 두뇌유출을 방지하려고 한다. 우리대학 물리학과 대학원생 이 철 씨는 “우리나라 연구원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외국 기업에서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례가 여럿 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이런 사람들을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도록 정부에서 시급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_ 박길성 기자 gilseong223@uos.ac.kr
참고자료_ 유웨이어플라이,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의치학교육입문검사협의회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