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듀르나 기자들이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열심히 아이템 회의 중이다.
지난 4월, 19대 총선의 서울지역 20대 투표율은 64.1%로 나타났다. 이제껏 총선 중 가장 높은 20대 투표율이었다. 이에 대해 언론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반값 등록금’ 실현을 통해 20대가 투표하면 바뀐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투표뿐만이 아니다. 지금 20대는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분주하다. 서점가의 정치·사회 분야 코너에는 하루가 다르게 20대 저자의 책이 많아지고 있다. SNS를 통해 20대들은 집회, 모임 등의 소식을 빠르게 전하며, 응집력도 강하다. 지난 9월에는 대학가에 가볍게 읽을거리는 많지만 쉽고 재밌게 시사문제를 다룬 매체가 없다는 것을 인식한 대학생들이 시사 월간지 ‘듀르나’를 창간했다. 듀르나 창간은 정치적 소통공간을 마련하는 20대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어려운 시사용어 쉽게 풀어 설명해
라틴어로 ‘매일 매일을 기록한다’는 의미를 가진 듀르나는 20대 학생들이 모여 또래를 위한 정치적 소통 공간을 마련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듀르나 박민정(이화여대 4) 편집장은 “친구와 이야기하다보면 20대 사이에서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하는 친구는 한정적이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소통의 장도 없어 답답했다”며 “소통을 위한 공간을 직접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듀르나를 창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듀르나는 정치나 시사문제가 어렵다고 여겨 관심을 두지 않는 20대를 위해 그 벽을 허물자는 편집방향을 세웠다. 듀르나에는 ‘시사피디아’, ‘ISSUE A TO Z’ 등 다양한 코너가 마련돼 있다. 시사피디아는 ‘인혁당사건’, ‘포괄수가제’, ‘전지현 경선’ 등 그 달의 이슈와 관련된 생소한 용어를 설명해주는 코너다. 창간호의 ISSUE A TO Z 코너에서는 완전국민경선제, 결선투표제 등 경선관련 용어와 양 당의 대통령후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선출되는지를 다뤘고 2호에서는 삼성과 애플의 소송에 대해 정리했다.

듀르나는 영화, 책, 웹툰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최근 이슈에 접근한다. 이를 통해 시사를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효과를 노린다. 지난달 발간한 2호에서는 ‘범죄와 소외’를 주제로 성범죄 정책과 묻지마 범죄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영화 ‘피에타’를 통해 사이코 패스는 사회 환경과 같이 후천적인 요소에 의해 발현될 수 있다는 다른 관점도 제시했고 성폭행 피해자의 시선을 그린 웹툰 ‘콘스탄쯔 이야기’의 김민정 작가의 의견을 싣기도 했다. 이달 19일에 발행되는 ‘대선 특별판’에서는 게임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통해 대선후보의 특징을 분석했다. 박민정 편집장은 “이번 달 발행되는 대선 특별판은 많은 언론에서 대선 후보에 대해 다뤘지만 조금 더 재미있고 쉽게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며 “아직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분명 부족한 점이 있지만 20대가 만들어서 20대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듀르나'를 들고있는 박민정 편집장

 취지에 맞게 40개 대학에 무료로 배포돼
듀르나는 기자팀, PR, 경영지원팀, 사진팀, 디자인팀에 속한 19명과 외부기고가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듀르나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대학생들, 듀르나의 취지에 공감한 학생들이 모여 있지만 각자 다른 팀에 속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활동을 하고 있다. PR, 경영지원팀은 배포나 배송, 트위터, 페이스 북 관리, 광고영업 등을 통해 잡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듀르나 윤지연(이화여대 4) 경영팀장은 “학교에서 경영을 이론으로만 배웠다. 그 이론을 실제로 적용시켜보고 싶었다. 기업이 주관하는 마케팅스쿨도 많지만 이는 지침서가 정해져 있다. 듀르나는 우리가 제시하는 아이디어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융통성이 더욱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듀르나는 소셜 펀딩 업체인 ‘텀블벅’에 기부된 금액과 광고 수익으로 자본을 모아 창간호를 발행했다. 이후 2호는 창간호보다 오천 부를 더 늘려 15,000부를 인쇄했고 배포 대학도 서울소재 20개 대학에서 40개로 늘렸다. 자본이 부족해 지방대학에까지 배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방에 있는 독자가 잡지를 받아 소속 대학에 배포하기도 한다.

박민정 편집장은 20대를 향해 “우리가 조금 더 사회와 접촉하는 면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어딘가에 구성원으로 소속돼 이것저것 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 보다는 내일 조금씩만 더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사건들, 새로운 시각을 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대를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듀르나는 내년에 강연회나 좌담회를 열어 또 다른 소통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글·사진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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