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권(도시행정학과 교수)
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왔다.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하겠다”고 공약을 펼치고 있다. 선거철마다 쏟아져 나오는 공약들을 보면 때로는 진지한 성찰과 논의 없이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계산으로부터 나온 것들도 많아 보인다. 그런 공약을 접할 때마다 필자는 ‘아까운 예산 낭비하지 말고 차라리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어떨까’하고 생각하곤 한다.

이른바 ‘스펙 쌓기’에 여념 없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을 보면 역시 비슷한 생각이 들곤 한다.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는 노동시장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든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경험과 각종 시험성적들이 오히려 그들의 삶의 행적을 산만해 보이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많다. 몇 가지 중요한 이력을 제외하곤 그 많은 일들을 할 시간에 차라리 가만히 앉아 사색하고 성찰할 시간을 갖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신에게 맞는 직업은 무엇인지,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말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혹시 우리들은 다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것은 아닐까. 다들 뛰는데 나만 걸어가면 결국 뒤쳐질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에 어딘지도 모르고 함께 뛰는 모습. 그렇게 바쁘게 어디론가 뛰다가 문득 ‘지금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하는 질문에 직면하게 되는 우리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목격하는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들은 어쩌면 부족한 성찰과 과도한 행동(action)에 대한 강박증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계획이론과 정책분석론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No Action, 즉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때로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행동에는 기회비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개인의 삶에서는 소중한 시간이 바로 그것이고, 정부의 개입에도 역시 여러 가지 비용이 따른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실천들이 오히려 문제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효과와 비용을 모두 잘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불확실할 경우 때로는 아무일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지혜도 필요하다.

깊은 성찰과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실행되는 정부의 정책, 대학생들의 줄거리 없는 백화점식 경험 쌓기. 어디로 뛰는지 모르고 그냥 내달리는 우리들의 삶은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꼼꼼히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로운’ 사색의 시간이 아닐까?

늦가을, 생각하기 좋은 계절이다. 삶의 여백을 찾아 여행을 떠나거나, 조용한 카페에 앉아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행동은 좀 더 게으르게, 대신 사고는 치열하게! No Action도 대안이다!


박인권(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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