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혁 편집국장
비교적 순탄했던 저의 삶은 대학 입학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잘 되리라고 믿었던 저는 그것이 허상이었음을 깨닫게 되자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전망 좋은 학과라고 들었던 세무학과는 저의 적성과는 도저히 맞지 않았고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야 했기에 무척이나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신입생이 된 기쁨을 채 맛보기도 전에 저는 고독과 방황 속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게 ‘서울시립대신문사’가 찾아왔습니다. 무심코 캠퍼스를 걸어가다 ‘수습기자 모집’ 현수막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수습기자 시험에 응시했고, 합격했습니다. 그때로부터 꼬박 2년 6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기자생활을 하며 무수히 많은 취재와 마감, 조판을 반복했습니다. 늘 바쁘고 힘들었지만 그 순간들이 모두 즐거웠습니다. 신문사 생활을 함께해준 선배와 동기가 있었고,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문사가 있었기에 저의 대학생활도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은 저에게 무척이나 뜻 깊은 해입니다. 많이 부족하고 모자란 제가 서울시립대신문사의 편집국장을 맡게 됐기 때문입니다. 저는 올해 3월 ‘연처럼 변화의 바람을 잘 타는 국장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리더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기자로 활동할 때 보다 쓰는 기사의 양은 줄었지만 리더로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좀 더 나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좀 더 기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등 많은 부분들을 심사숙고해야 했습니다.

1년 동안 많은 고민들을 반복하며 때로는 고민의 끈이 느슨해지기도 했습니다. 항상 치열하게 고민하진 못한 것 같아 지금도 많이 후회가 됩니다. 좀 더 생각해볼 걸, 좀 더 노력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고민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잘 해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제 이러한 고민의 끈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제가 남긴 고민의 끈은 후배 기자님들이 또 이어나갈 것입니다. 더욱 큰 뜻과 마음으로 잘 이어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교수가 된 강상중은 그의 저서 『고민의 힘』에서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며 ‘고민하는 힘’은 ‘살아가는 힘’”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편집국장을 하면서 이러한 ‘고민의 힘’이 가지는 중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만들어지는 신문의 차이는 엄청났습니다. 큰 고민 없이 만들어진 신문은 곧 잊히거나 외면 받았지만 큰 고민과 함께 만든 신문은 화제가 되고 이슈가 됐습니다. ‘고민의 힘’은 분명 큰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민하지 않는 신문은 죽은 신문과 다름없으며 고민하지 않는 기자는 죽은 기자와 다름없습니다. 저는 서울시립대신문이 치열하게 고민하는 신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서울시립대신문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종혁 서울시립대신문사 제53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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