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가 문화를 창조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라 새로운 인간형을 제시했는데,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을 지닌 호모 루덴스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놀이는 문화의 하위개념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하위징아는 놀이를 통해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가 놀이를 중요시 여긴 이유는 아마도 놀이 속에는 항상 재미가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친해지고 세상을 알아간다. 부모님이 시키는 일들은 대부분 재미없기 마련이다. 공자의 유명한 말인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재미의 중요성을 잘 알려준다. 재미를 느끼며 즐기는 사람은 스스로 동기부여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일을 해나간다.

우리대학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반응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다. 스스로 질문을 하거나 답을 하기는커녕 묻는 질문에도 잘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학생들이 수업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재미없는 공부는 일이 돼버린다. 힘든 일을 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만족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렵고 무거운 내용의 공부일수록 즐겁고 재미있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강의자와 수강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왔지만, 생각보다 지루한 수업에 실망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아마도 자신만의 재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 힘, 바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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