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와 삼수를 했던 나는 엄마와의 마찰이 매우 잦았다. 그 마찰이 비롯된 지점을 살펴보면, 언제나 그 출발점은 ‘나’였다. 요즘 박카스 선전에 엄마가 자신의 생일날 미역국을 끓였더니 도리어 자식이 시험 보는 날 미역국을 끓이냐고 짜증을 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 모습이 불과 1년 전의 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게 내가 삼수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줄 알았다.

그리고 대학을 들어와서도 나의 방약무인한 태도는 계속됐다. 하지만 엄마의 친구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 내 옆에 항상 당연하다고 느낀 사람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날 난 많은 고민을 하게 됐고 언젠가는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몇 년 전 읽었던 이 구절을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의 저자는 어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 못한 점보다는 잘한 점이 더 많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온갖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왔다고 한다. 하물며 나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내가 진정으로 엄마에게 고맙다고 한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봤다. 항상 마음에 와 닿은 감사가 아닌 머리에 와 닿은 감사가 전부였다.

이 책에는 ‘누구나 예전에는 크게만 보이던 어머니의 존재를 조그맣게 느끼는 순간이 다가온다. 그것은 자식을 위해 애정을 토해내고 또 토해낸 끝에 풍선처럼 쪼그라든 여인의 모습일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오기도 한다. 이 구절을 통해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느낄 수 있다. 물론 지금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이런 후회를 하기에는 당신이 아직 많이 어리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은 언제 해도 듣기 좋고 질리지 않는다. 2012년이 한 달 남짓 남은 지금 부모님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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