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기본은 듣기와 말하기
기술과 더불어 노력하는 자세도 중요해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선거철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토론회다. 얼마 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고 이달 중으로도 대선 후보들의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대선 후보들의 토론 외에도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토론이 있었다. 또 진보 논객으로 잘 알려진 진중권 교수와 보수 논객들이 벌이는 ‘사망유희’ 토론은 많은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세상을 바꾸는 담론, 논리적인 싸움 등으로 표현되는 토론. 이러한 토론에는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듣기로 상대방 의견 명확히 이해해야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평균적으로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의 25%를 언어활동에 쓰고 그 중 75%를 말하기와 듣기에 사용한다고 한다. 이처럼 언어활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말하기와 듣기다. 토론은 이런 의사소통이 기본으로 이뤄지는 언어행위다.

토론에서는 상대측 의견을 올바로 이해하고 논리적 결함을 찾아 반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듣기가 강조된다. 듣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토론의 주제를 명확히 숙지해야 한다. 토론자가 토론의 주제를 명확히 알고 있다면 상대방의 주장을 미리 예상할 수 있으며, 그 주장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과 자료들을 쉽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토론에 임해서는 상대방의 주장과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토론을 할 때 대개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근거를 덧붙인다. 이 때 토론자가 근거에 해당하는 보조 내용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심 내용인 상대방의 주장을 기억하지 못하고 핵심에서 벗어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토론자는 상대방의 핵심 주장에 초점을 맞춰 들어야 한다. 또한 토론자는 상대방이 핵심 주장과 관련된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지 집중해 듣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제시한 근거자료가 신빙성이 없는 경우, 자료에 대한 해석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 논점을 벗어난 주장을 펼치는 경우에는 이를 반박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 토론 문화의 발현지, 아테네 아고라 광장
체계적인 말하기를 해라

듣기를 통해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파악했다고 해도 그에 대한 반박과 자신의 주장을 말할 수 없으면 토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없다. 효과적인 말하기를 위해서 토론자는 먼저 토론의 주제에 대한 철저한 자료 검토가 필요하다. 자료를 숙지하면 그 자료를 통해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을 할 수 있고 자신의 논거를 강화할 수 있다. 물론 자료는 출처가 분명해야 하며 객관적이어야 한다.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것 또한 효과적인 말하기 방법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당한 주장이더라도 이야기 전개 순서와 논지에 어긋나면 상대방의 공격을 받기 쉽다. 체계적인 구성을 바탕으로 하는 말하기는 주장의 논리 구조가 질서정연하고 설득적이다.

다음으로 토론자는 핵심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조해야한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무엇인지를 강조해 말한다면 효과적인 토론을 전개할 수 있다.


상대방의 논리적 결함을 공격하라

토론에서 공격과 방어를 할 때 논리적 엄밀성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쓰는 논점, 용어, 논의 전개 방식, 추론 방식은 모두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의 논리에 반박하는 몇 가지 기술이 있다.

먼저 용어의 정의를 공격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주장을 했다면 ‘젊은이들’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버릇이 없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태도를 가리키는 것인지 명확히 따질 수 있다.

다음으로 빗나간 논점을 공격하는 방법이 있다. 상대방의 주장이 논점에서 벗어난 경우, 그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면 토론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적절하지 않은 인과관계를 공격하는 것 또한 공격의 기술 중 하나다. 인과관계에 의한 설명은 종종 논리적으로 비약되는 경우가 있다.

한편 잘못된 유추를 공격하는 방법도 있다. 유추는 일부 전제가 없는 상태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류를 범할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상대방이 유추를 사용한다면 그에 반대되는 사례를 한 가지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토론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 화제가 된 사망유희 토론
공격과 더불어 방어도 중요해

토론에서는 공격하는 방법과 더불어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상대방이 통계 자료를 제시하는 경우 그 수치를 반박하는 방법이 있다. 통계 수치라 해도 적절한 방법과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또한 설문 조사와 같은 것도 조사 항목과 질문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의도하는 결론을 추출해낼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통계 수치를 제시하면 먼저 숫자가 나온 근거를 추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속담과 격언을 인용할 때 그와 반대되는 속담으로 응수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얻는다’는 속담으로 주장을 피력할 때, ‘군자는 위험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속담으로 응수할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이 사례를 근거로 주장할 때 그 사례가 보편적인 것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특수한 사례를 근거로 들 경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도된 질문을 할 때 되받아치며 속셈을 간파하는 방법이 있다. 상대방이 본심을 감추고 질문 공세를 퍼부을 때 그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덫에 걸릴 위험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의 질문에 반문하며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제시한 사례 외에 더 조사된 자료는 없는 건가요?”라고 물을 때 “그렇다면 더 나은 사례가 있다는 말씀인가요?”라고 반문하는 것이다.


토론 준비하는 과정, 간과해선 안 돼

토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노하우나 기술들도 중요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발표와 토론’ 강의를 하는 박만엽 교수는 토론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난이도나 중요도에 따라 부각시켜야 할 내용을 나누고 자신감 있는 화법을 구사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며 존중하고 자신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대방에게 통일성 있게 관철시킬 수 있어야 진정성 있는 의견 피력이 가능하다”며 “토론의 노하우, 기술 등과 더불어 토론 주제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조사 자료의 내용을 얼마나 숙지했느냐가 토론의 관건이다”라고 답했다.


글_ 조원우 기자 alwayskinder@uos.ac.kr
참고_ 『토론을 잘하는 법』, 『토론의 전략』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