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문제 해결책 필요하다’ 53% 차지해
부담 없이 성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 마련돼야

지난달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인 ‘서울시립대광장’에 성희롱을 당했다는 글이 게재돼 파문을 일으켰다. 작년 대학문화 교지편집위원회 MT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강제로 음란물을 보여주고 성적 농담을 했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이성을 존중하는 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성희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번 호에서는 재학생 3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우리대학 학생들이 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문제의 심각성에는 동의, 대처는 미숙

우리대학 학생들은 대학사회의 성희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성희롱의 기준에 대해서는 성별로 차이를 보였다. 실제로 ‘대학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희롱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답이 53%를 차지했다. 또한 우리대학 학생들의 21%가 ‘실제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34%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레 성·가정 폭력 상담소 김성태 이사장은 “현재 대학생들은 성희롱에 대한 의식이 정립돼 있지 않다. 자신의 행동이 성희롱으로 성립하는지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성희롱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성희롱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인식하는 성희롱의 범위가 더 넓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학생의 경우 ‘어느 정도를 성희롱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성적인 농담 혹은 제스처(32%)’, ‘특정부위에 대한 의도적인 시선(30%)’등을 꼽았다. 반면 남학생의 경우 ‘성적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얘기를 의도적으로 꺼내는 행위(31%)’와 ‘의도적인 신체적 접촉(30%)’이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한편, 학생들은 심각성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지만 실제로 성희롱을 당했을 경우 전문기관에 도움을 청하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희롱에 대한 해결책으로 ‘친구나 선후배(36%)’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혼자 해결하겠다’는 학생도 20%나 됐다. 그 외의 방법으로 “심각하지 않은 수준이면 참겠다”,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말한 학생도 있었다. 이에 비해 ‘전문가와 상담’을 택한 학생들은 30%에 그쳤다. 현재 교내 학생상담센터에 부설돼 있는 양성평등상담소에서는 성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한편 이들에게 전문적인 해결책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효과적으로 성희롱에 대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기관을 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다혜(화학공학 12)씨는 “성희롱은 성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놓기가 꺼려진다”고 답했다. 김성태 이사장은 “전문 상담을 통해 피해를 줄이고 법적 절차를 밟아 공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전문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전문기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접근 기회 늘려 성 의식 향상시켜야

학생들은 우리대학의 성희롱에 대한 의식 수준이 아직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대학 학생들이 성희롱에 대한 의식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예’라는 대답이 73%의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성희롱에 대한 의식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캠페인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35%로 가장 높았으며 성 관련 강의를 증설하자는 의견이 26%, 특화된 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24%로 나타났다. 즉 성 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부담 없이 성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성 의식에 관한 캠페인으로는 성희롱 방지를 위해 학생상담센터에서 주최하는 ‘양성평등지킴이 교육 및 캠페인’이 유일하다. 또한 설문에서 성 관련 과목인 ‘성과 사랑’과 ‘여성학’이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으나 수강 인원이 제한돼 있다는 한계점이 제기됐다. 지난 학기 성과 사랑 과목을 수강했던 이준우(국제관계 12)씨는 “성과 사랑을 수강하면서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성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자유롭게 성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올바른 성 의식을 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bc0201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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