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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예술을 바란다베리타스는 ‘지혜 또는 진리’라는 뜻입니다.
문광호 기자  |  rhkdgh9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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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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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살인 방법과 당시 정황 등을 묘사한 책까지 펴낸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놀랍다. 뻔뻔한 살인범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와 혐오의 시선은 당연하다. 하지만 살인범을 마치 아이돌 마냥 응원하고 따르는 모습은 왠지 낯설게만 보인다. 그들이 살인범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잘생긴 외모 때문이다.

영화 속 이 장면에서 앙가주망(engagement)이라는 용어가 떠오른다. ‘참여 혹은 연루’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단어는 문학이 가지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속성을 드러낸다. 사르트르는 상황을 전달함으로써 상황을 바꾸기를 바라는 작가나 그를 받아들이는 독자가 사회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고 봤다. <내가 살인범이다>역시 비록 상업영화일지라도 연출된 상황을 통해 사회적 속성을 드러낸다. 아마 감독은 위의 장면을 통해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대중을 비판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일어난 한 사건이 영화와 오버랩됐다. 얼마 전 논란이 불거진 한 연예인의 성폭행 사건 이야기다. 이 사건에 대한 보도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온라인에는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가장 높은 공감수를 얻은 댓글은 해당 연예인의 무죄는 분명하며 여자 쪽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평소 이미지를 봤을 때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사람부터 그처럼 잘생긴 사람이 성폭행을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사람까지 그 연예인을 옹호하는 댓글이 높은 공감을 얻었다.

물론 이 연예인이 여자 쪽에게 사기를 당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수사는 진행 중이다. 성폭행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성폭행을 했을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현재 대중의 반응은 지나치게 그를 옹호하는 쪽으로 쏠려있다. 그리고 그 근거조차 확실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오직 연예인이 TV에서 비춰지는 이미지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

비록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영화가 상업영화일지라도 사르트르의 개념처럼 문학, 예술은 관객에게 보여지면서 사회적 책임을 갖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살인범이다>는 살인범에 대한 대중의 옹호와 찬양을 비꼬면서 그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주장과 달리 영화라는 매체가 상황을 바꾸지는 못한 것 같다. 아직도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외모로만 사람을 판단하려고 한다.

진정한 앙가주망은 매체를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 역시 적극적으로 그 의미를 해석하고 비판하려는 노력을 보여야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문학, 영화 등의 매체가 세계와 유의미한 연관을 짓게 될 것이다.


문광호 기자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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