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대학보' 기자들이 사비로 발행한 <선거특집호>와 국민대 학생자치언론인 '국민저널'.
80년 전통을 이어오던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가 발행 정지 위기에 처했다. 학교 측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등록금에 포함됐던 학보 구독료가 기타 잔부금으로 분리돼 학생들은 학보 구독료를 반드시 내지 않아도 무방하게 됐다. 기타 잔부금은 원하는 학생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학보(이하 '이대학보') 박준하 편집장은 “대학언론을 이익이나 흑자를 창출하려는 매개물로 봐서는 안 된다. 연세대학교의 이러한 처사는 비단 '연세춘추' 뿐만 아니라 대학언론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연세춘추' 기자들은 학생들에게 개인 구독 신청을 받아서라도 신문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대학언론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풍조 뿐만 아니라 학교 홍보도구로의 전락, 편집권 박탈 등으로 대학언론은 몸살을 앓고 있다.


자치권 탄압으로 기자직 해임 당하기도 해 

“‘탄압-저항-검열-수용’의 단계가 마치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것과 같은 당연한 순서가 돼버렸다”는 한국외대 학보(이하 '외대학보')는 지난해 12월 기자들의 사비로 총학생회 <선거특집호>를 발행했다. 한국외대 총장이 새로운 총학의 출범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선거관련기사의 보도금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단독 후보로 나선 총학생회 역시 이전 학생회처럼 주점 설치 금지, 자치권 탄압 등에 저항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외대학보' 강유나 전 편집장은 “선거 관련 기사를 내지 말라는 학교의 명령은 외대학보의 목소리를 앗아간 것이다. 목소리를 빼앗긴 외대학보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선거특집호> 발행이라는 결정을 할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국민대 방송사는 시간강사를 인터뷰한 사실 및 학과 구조조정문제 비판, 절대평가 폐지에 대한 비판 등의 내용을 담은 팟캐스트를 방송한 사실로 인해 기자 2명이 해임당했다. 해임 당한 방송 기자와 함께 신문사를 사퇴하고 자치언론을 만든 '국민저널' 박동우 취재부장은 “학교 측은 학생 기자들이 취재비와 장학금을 받고 있으므로 학교의 목소리를 내야 정당하다며 면박을 줬다. 편집권은 학생기자들의 것인데 학교는 편집권이 마치 자신의 사적인 소유물인양 기사내용을 통제하려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성균관대 신문(이하 '성대신문') 기자들은 파업을 선언했다. 시간강사 이야기를 다룬 기사에 대한 주간교수와 기자들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주간교수가 결호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성대신문'은 이전부터 반값 등록금, 비정규교수노조 등 학교 측에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마다 탄압을 받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성대신문' 정지은 편집장은 “신문이 발행되기까지 주간교수와 총장의 검열을 거쳐야 한다. 발행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편집의 자율성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학교 측에 불리한 내용일 경우 학교 측은 이를 숨기기 위해 애를 쓰고 학생기자들은 이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언론탄압에 대처하는 학생기자들

자치권 탄압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기자들은 파업을 하거나 대안언론을 만든다. 9주간 계속 됐던 '성대신문'의 파업과 '국민저널'이라는 국민대 학생자치언론의 탄생이 그 예이다. 또한 보다 확고한 자치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내 제도를 만든 학보사도 있다.

'이대학보'는 ‘Fact Checking Desk’(이하 FCD)라는 취재사실을 확인하는 데스크를 만들었다. FCD는 기사 작성이 끝나면 꼬박 하루를 투자해 학보사를 퇴임한 선배기자 두 명이 인터뷰 내용이 사실인지, 익명의 취재원은 실제로 존재하는지 등의 취재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제도다. '이대학보' 박준하 편집장은 “'이대학보' 역시 완전한 자치권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기관이라면 자치권이 어느 정도는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보사에서는 FCD를 통해 자치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자치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기사 내용이 진실임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언론의 존재는 ‘필요’ 아닌 ‘필수’여야

신문의 구독률 저하, 학교 홍보도구로의 전락, 편집권 박탈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언론의 필요성에 대해 학생기자들은 대학언론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대학보' 박준하 편집장은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SNS가 발달했다고 하지만 개인의 목소리일 뿐이다. 집단의 목소리를 낼 때 영향력이 커지는데 학생들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이 대학언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저널' 박동우 취재부장 역시 “사회에 나가면 이해관계에 얽혀 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기는 대학생 때가 유일하다”며 “대학언론도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학교 측 역시 학내 문제와 관련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외대학보' 강유나 전 편집장은 “언론이 국민들의 눈이고 귀이고 입인 것처럼 대학언론도 학생들의 기본권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어두운 면이 무엇인지 깨닫고 개선하기 위해 대학언론은 학생들의 기본권으로써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학언론의 힘은 대학사회 구성원들의 여론에서 나온다. 가판대에 놓여있는 신문을 보고 ‘신문이 새로 나왔구나’라고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도 대학언론에는 큰 힘이 된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글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사진_ '외대학보'·'국민저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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