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11일, 유명 포털 사이트에 ‘국정원 여직원’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민주통합당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소속의 여직원이 당시 대권주자였던 문재인 의원을 의도적으로 비방하는 댓글을 게시하고 있다며 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이후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다수의 아이디로 4대강 정비 사업과 제주 해군기지 등 정부정책을 옹호하는 글을 게시한 사실이 야당과 시민단체에 의해 밝혀짐에 따라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todayhumor.co.kr)’에서 중점적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정 정치성향을 띤 온라인 커뮤니티 사찰과 여론조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커뮤니티 사이트간의 편 가르기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전에도 ‘오유’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정치색이 뚜렷한 커뮤니티 사이트로 알려져 있었다. ‘오유’에서는 특정 게시물의 추천수가 10개 이상이면 ‘베스트 게시물’로, 100개 이상이 되면 ‘베스트 오브 베스트’게시판에 자동으로 등록된다. 이 두 게시판은 직접 글 작성이 불가능하고 일정 추천수 이상을 기록해야만 자동 등록이 가능하다. 여기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옹호성 글 등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두 전 대통령은 진보성향으로 평가되던 정당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반면 정치적 의견에 있어서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일간 베스트(www. ilbe.com)’에서는 보수성향 인사들에 대한 옹호성 글이 주류를 이룬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옹호성 글이 대표적인 경우다. ‘일베’는 ‘오유’와 마찬가지로 일정 추천수 이상을 받게 되면 ‘일베-일간베스트’게시판 혹은 ‘정치 일간베스트’ 게시판으로 자동 등록 되는데 정치와 연관을 짓지 않은 ‘일베-일간베스트’ 게시판에서도 특정한 정치색을 띠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허위로 보기 어렵다는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21일에는 ‘일베-일간베스트’게시판에만 NLL에 대한 25여 개의 게시물이 등록됐다. 이 글들은 대체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야당의원들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같은 날 ‘오유’의 베스트 게시판에도 NLL 관련 게시물이 다수 등록됐다. 그런데 ‘일베’와는 달리 검찰 측의 결론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여론이다. ‘오유’의 한 유저는 "국정원이 증거자료로 제시한 녹취록이 아예 공개되지 않았으니 믿기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길 가던 초등생 폭행까지…도 넘은 ‘분탕질’

두 커뮤니티 사이트의 정치적 의견 대립은 단순한 입장 차이를 벗어나 상대 사이트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사이트에 접속해 게시판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를 ‘분탕질’이라 지칭하며 이를 행하는 방법과 대처법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심지어는 이런 ‘분탕질’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자체적으로 만들어 게재하고 있다.

이러한 ‘분탕질’은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된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악성 댓글이나 게시물을 작성하는 것이다. 혹은 여러 유저가 상대 사이트에 접속해 특정 게시물에 추천 등을 집중적으로 눌러 추천수를 조작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처음에는 상대 사이트의 의견을 옹호하는 글을 게시하다가 점차 논지를 바꿔 여론을 교묘하게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방법도 잘 알려진 방법이다. 논란을 유도하는 댓글이나 게시물을 일부러 게재하는 것도 주된 방법이다.

아예 유저를 폭행한 사건이 벌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일베’의 한 유저가 ‘오유’에 접속 중이라는 이유로 초등생의 뒤통수를 때리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게시했다. 이에 대해 ‘일베’의 유저들은 해당 누리꾼의 행동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점점 심각해지는 인신공격, 도대체 왜?

본래 ‘오유’와 ‘일베’는 유머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에서 출발했다. 먼저 ‘오유’는 1999년 유저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유머를 보내주는 메일링 서비스가 그 시작이었다. 이후 커뮤니티 사이트의 형태로 개편되면서 점차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일베’는 국내최대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www. dcinside.com)’에 유머자료를 모으던 게시판 중 하나로 2010년에 분리돼 독자적인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후 점차 방문자수가 많아졌고 한 통계에서는 유머 사이트 부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불과 2, 3년 전만 해도 두 사이트 간의 분쟁은 눈에 띠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정치적 의견 대립이 표면화되면서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 심각한 수준까지 치달았다. 이와 관련해 박유진 심리학 박사는 한국심리학회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구성원은 심리적 측면에서 자신과 커뮤니티를 동일시하고, 문화적 측면에서 구성원들이 커뮤니티의 가치와 규범 및 목표를 공유하게 되면서 일체감이 생겨나 몰입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두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주 접속한다고 밝힌 대학생 A씨는 “구성원들의 평균적인 연령대가 낮은 것 또한 대립과 분쟁의 한 이유”라며 미숙한 네티켓을 원인의 하나로 지적했다.


김홍진 기자 bj293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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