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에서의 반값 등록금


1989년 사립대학의 등록금 완전자율화가 시행되면서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됐다. 2002년에는 국·공립대도 자율화가 되면서 2011년 기준 평균 등록금은 사립대 768만원, 국·공립대 443만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각각 59%, 83%가 증가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세계에서 GDP 대비 가장 비싼 등록금으로 선정되면서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공약으로 반값 등록금을 내걸었으나, 당선 이후 한나라당내 의견충돌로 흐지부지 됐다. 그러다 2011년 5월, 황우여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후 등록금 인하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같은 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듬해인 작년부터 우리대학이 전국 최초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게 됐다. 현재까지 대학사회에 반값 등록금을 둘러싼 학생, 대학, 정부의 첨예한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학생-대학


실효성 없는 등심위, 학생 의견 반영 못해

사립학교법에는 대학이 재정 운영 논의 시 학생, 학부모, 교수, 교직원 등 관련 주체들로 구성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구성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대학이 파행적으로 등심위를 운영하므로 대학의 재정 논의에 실제로 참여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지역 대학생연합은 대학 측에서 등록금 책정 관련 자료를 등심위 학생대표들에게 공개하지 않거나, 등심위 구성 시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외부 인사를 선임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고려대의 경우 올해 등록금을 책정하는 등심위가 파행됐다. 등록금을 4% 인상해야 한다는 학교 측의 제안에 학생들이 합의안에 서명하지 않고 전원 퇴장한 것이다. 고려대 황순영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은 등록금 인하의 의지가 전혀 없었으며  인상만을 요구했다. 학교 측이 학생대표를 협상자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합의를 할 수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반면 학교측은 예산안을 근거로 합당한 인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사립대학교법은 등심위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행정적 제재가 명시돼있지 않다. 또한 등심위의 심의를 거치더라도 최종적으로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등심위는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이선희 간사는 “이처럼 실효성 없는 등심위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등록금 상한액을 설정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학생-정부


국가장학금은 반값 등록금이 아니다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실현 요구에 따라 정부는 국가장학금 제도를 내놓았다. 국가장학금은 국가가 소득하위 8분위에 차등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구노력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그러나 한국대학생연합회(이하 한대련)는 국가장학금은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대련 정용필 의장은 “국가장학금은 아직 고액의 등록금을 해결하기엔 한계가 많다”며 “장학금 형식이 아니라 서울시립대처럼 고지서상의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B학점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는 생활고의 최전선에서 고통받고 있는 대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한대련 측이 비판하고 있다. 덧붙여 소득분위별 차등 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국가장학금의 한계다.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의 반값 등록금 재정지원 방식인 국가장학금 형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 액수를 책정하면 그에 맞춰 국가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일부 금액은 대학이 정부에서 권고하는 인하율만큼 등록금을 낮췄을 때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박근혜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이선희 간사는 “대학의 재량권을 축소시키고 정부 주도의 반값 등록금을 실현한다면 사립대학 감독과 부실대학 정리도 함께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대학


정부는 재정 늘리고 대학은 적립금 풀어야

지난해 정부가 대학에 권고한 등록금 인하율은 5%였지만, 수도권 대학의 평균 등록금 인하율은 2~3%에 그쳤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금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재정은 GDP 대비 0.6%인데 이를 OECD 평균인 1.1% 가까이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장은 “우리나라에는 대학이 너무 많아 지원금이 많이 든다. 정부가 등록금을 지원하기 전에 대학의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민주당 측은 사립대가 적립금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1년 이뤄진 대학 재정 감사를 통해 대학들이 예상 지출은 늘리고, 예상 수입은 줄이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책정한 뒤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음이 드러났다. 2010년에 이미 사립대 적립금 총액은 10조원을 넘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대학의 과도한 적립금을 제한시켰다. 이에 일부 대학에서는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_ 장누리 기자 hellonoory@uos.ac.kr
사진_ 서울여대학보, 외대학보 제공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