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김창호(무역 88) 인터뷰

지난 2008년 8월 개교 90주년을 기념한 우리대학 원정대가 ‘바투라 Ⅱ봉’(7762m)을 등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투라 Ⅱ는 당시까지 남아있던 세계 최고 미등정봉이었다. 이 원정의 중심에는 김창호 원정대장이 있었다. 8,000m급 봉우리 14좌 중 13좌를 등정하고 지난해 ‘힘중’(7,140m) 초(初)등정으로 황금피켈상 아시아상까지 수상한 그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무산소 에베레스트 등정이다. 이번 등정은 해발고도 0m부터 오직 인간의 힘으로 정상에 오르는 특별한 원정이다. 벌써부터 흥미진진한 그의 여행계획을 함께 들어보자.

 
Q. 우리대학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
A. 1988년 무역학과에 입학했어요. 하지만 당시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2011년 2학기에 경영학부로 재입학했어요. 총장님 및 학교 분들이 도와주셔서 24년 만에 돌아올 수 있었죠. 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도 우리대학 덕분이에요. 우리대학 산악부에 입회하면서 89년 처음 히말라야에 갔으니까요. 그 이후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4좌 중 13좌를 16번 올라갔어요. 이제 한 봉우리 에베레스트가 남았죠. 2007년에 처음 원정을 갔지만 정상에 가는 날 박영석 대장 팀에서 2명이 사고가 나 원점을 포기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다시 도전하게 됐어요.


▲ 2008년 바투라 Ⅱ 등정 당시 모습
0m부터 8,848m까지
인력으로 무산소 등정

Q. 이번에 특별한 방법으로 산을 오른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방법인가요?
A.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보통 히말라야 등반은 베이스캠프까지 가기 위해 현지 항공기를 이용해 2,870m까지 올라가요. 거기서 베이스캠프까지 걸어간 후 5,400m에서 8,848m까지가 실질적인 등반이라고 볼 수 있죠. 저희 원정대는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하지 않고 고도 0m부터 8,848m까지 갈 계획이에요. 먼저 히말라야에서 흘러내린 빙하는 갠지스 강을 따라서 인도양으로 가요. 그걸 거슬러서 쭉 올라가보는 거예요. 150km 정도를 카약, 100km는 자전거를 타고 가요. 그리고 나머지 150km를 15일간 걸어서 베이스캠프까지 가게 돼요.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면 비로소 등정을 시작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이번 등정에서 산소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지금 한국에는 8,000m 14좌를 등반한 사람이 다섯 명 있어요. 이 선배님들은 산소를 썼기 때문에 무산소 14좌 등반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죠.

Q. 무산소로 등정하시거나 소규모로 빠르게 등정하는 알파인 스타일로 주로 등정하시는 것 같아요. 이유가 따로 있나요?
A. 처음 산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딜 때 어려운 길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8,000m를 등반할 때부터 소규모로 빠르게 오르내리는 알파인 스타일 같은 방법을 썼어요. 2,3명이 빠르게 갔다 오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하루 만에 정상을 다녀오는 경우도 있었죠. ‘로체’(8,516m)는 3일 만에 정상에 올랐죠. 작년에 초등정한 힘중은 알파인 스타일로 등반한 가치가 인정돼 상을 받았어요.
하지만 이번 등반은 알파인 스타일이 아니에요. 캠프를 치고 고정로프도 이용하니 알파인 스타일이 아니죠. 다만 산소를 안 쓴다는 점에서 좀 다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소규모나 단독 등반을 하다가 힘들거나 외로울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위험했던 순간은 없었나요?
A. 처음에는 비용이 부족해서 혼자 여행을 다녔어요. 등반도 좋지만 산을 멀리서 보는 것이나 수평여행을 하는 것도 좋아해 1,800일간 카라코룸 산맥을 혼자서 탐험하기도 했죠. 이렇게 다니다보면 당연히 외로움을 느끼게 돼요. 가끔은 카메라나 텐트랑 이야기하기도 했죠. 하지만 외로움을 느끼다가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를 생각하면 외로움을 쉽게 이겨낼 수 있어요.
2004년에 바투라 Ⅱ를 탐사하던 중 총기 사건이 있었어요. 현지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들이 저를 총으로 위협한 일이었죠. 범인들이 잡힌 후에 법정에서 판사가 진술을 요구했을 때 범인들이 내게 총을 쏘지 않았으므로 다 용서하겠다고 말했어요. 이슬람법에서는 용서가 허용되기 때문이었죠.


시간 걸려도 잘하는 일 찾아야
삶, 등산 모두 조화와 협력이 중요

Q.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히말라야를 다녀온 뒤에 술 한 잔하고 집에 누우면 그 모습이 훤히 떠올라요. 마치 초등학생이 소풍가기 전 날 잠 못 이루는 것과 같은 설렘이죠. 등반은 제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잘하는 일이기도 해요. 학교에 입학한 뒤 등정을 2번 해봤어요. 그 후에 등반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산 등반은 선천적인 부분이 크죠. 8,000m 이상을 올라가면 산소가 평지의 33% 정도 밖에 안돼요. 고산병에 걸릴 수도 있고 자칫 사망할 수도 있죠. 저는 다행히 몸이 잘 적응했어요. 요지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영하 30도, 크레바스, 눈사태 등 위험이 있지만 그것을 헤쳐나가는 건 내가 즐기고 좋아하기 때문이죠.

Q. 등산으로부터 얻는 교훈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산을 가는 것은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서로 간의 협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등산을 할 때면 모든 대원들을 줄로 연결해요. 위험에 처하면 공동으로 처하는 것이고 성과도 공동으로 얻는 거죠. 정상에 이른 사람만 잘한 게 아니라 공동의 노력이고 영광인 거죠. 삶도 이처럼 서로 간의 조화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김창호 산악인이 빙벽 등반을 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제가 처음 입학할 때와 비교해서 학교의 위상도 올라가고 수업의 질도 높아진 것 같아요. 학생들이 배봉산도 좋고 근처에 있는 자연을 접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기가 뭘 잘할까,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찾아보는 게 중요해요. 진짜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면 어떤 폭풍이 다가오더라도 감당하고 극복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언젠가 정상이 보일 거예요.


정리_ 문광호 기자 rhkdgh910@uos.ac.kr
사진_ 김창호 대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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