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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곳,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다
이설화 기자  |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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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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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더 많이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해가 뜨기도 전에 하루를 시작하는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은 어떨까? 그들도 이 속담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까? 사람들은 흔히 ‘노량진 수산시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새벽부터 사람이 북적이고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활기찬 곳을 떠올린다. 한 연예인은 텔레비전 토크 프로그램에서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을 계기로 겪고 있던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량진으로 향하는 새벽 지하철의 주요 승객은 트레이닝복 차림의 학생들이다. 지하철이 노량진역에 도착하자 내 옆에서 이어폰을 낀 채 잠들어 있던 여학생도 따라 일어났다. 출구로 향하는 계단을 올려다보니 어깨에 두둑한 가방을 맨 학생들로 붐빈다. ‘노량진’하면 연상되는 또 다른 단어, 고시촌 때문이다. 수산시장의 상인들로, 고시촌의 학생들로 노량진의 새벽은 어두울 틈이 없다.

   
상인들의 노고가 묻어나는 노량진 수산시장
수산시장이라 적혀있는 팻말을 따라 육교에 오르니 짭짤한 바다냄새가 풍겨왔다. 길을 제대로 찾아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사람들로 북적한 거리에서 손님과 상인이 흥정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수산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아직 어두운 새벽을 노란색 전등이 밝혀줘 따스함이 느껴졌다. 노란 불빛과 파란색 수족관, 얼음 위에 겹겹이 쌓여있는 은빛 생선이 한눈에 들어와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한참 사진을 찍는데 뷰파인더 너머로 연탄불에 손을 녹이고 있는 상인과 눈이 마주쳤다.

장사가 잘 되냐는 질문에 상인들은 “잘 안돼요”,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작년 대선 때부터 계속 안 돼.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올해는 한 번 지켜봐야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장사가 잘 안되는 탓에 인터뷰를 거부하는 상인도 있었다. 아귀를 파는 한 상인은 “주위 좀 한 번 둘러보세요. 오늘은 평일이라 더 그럴지 몰라도 요즘에는 손님이 없어요”라며 텅 빈 거리를 가리켰다. 그 속에서 양손에 검은 봉지를 들고 가는 손님을 발견했다. 아침 일찍 인천에서 왔다는 이 주부는 “제사상에 올릴 조기를 사러왔어요. 연안 부두나 인천 시장에서도 살 수 있지만 이곳 생선이 갓 잡아온 거라 싱싱해요. 시어머니가 여기 단골이라 저도 자꾸 찾게 돼요”라며 웃었다.

시장입구의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기니 물건을 나르기 위한 트럭이 도로변에 대기 중이었다. 콘크리트 지붕 너머로 보이는 고층빌딩의 유리창 위로 미끄러지는 햇살이 눈을 따갑게 했다. 매스컴에서 비춰진 것처럼 상인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활기 넘치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등을 돌려 시장 상인들에게 앞으로 바라는 점을 물으니 하나같이 “특별히 바라는 점이 있나요? 장사 잘 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거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올해는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에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더 많이 잡는다’는 속담이 어울리는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글·사진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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