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중앙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중앙인’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49만 원에 이르는 학과 학생회비를 강압적으로 걷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글쓴이는 고액의 학과 학생회비를 납부해도 행사 때마다 개별적으로 다시 돈을 걷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학과 행사 등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야 하거나 사물함 이용, 장학금 혜택 등에 불이익이 발생한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현재 해당 게시글은 글쓴이에 의해 삭제된 상태다.

고액의 학과 학생회비와 학과 행사에 대한 강압적인 참석 요구는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번번이 이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학교나 학생회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한다. 학생들의 높은 참여율을 이끌어내야 하는 그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학생회의 일을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학생 개개인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학생자치의 의미에 반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학생자치는 학생들 스스로 모여 민주주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진취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때 실현되기 때문이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단과대학이나 학과 학생회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손으로 뽑은 학생회가 정작 학생들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 이는 기성정치의 구태를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대학 총학생회는 ‘無알콜 대동제’라는 나름대로의 야심찬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문화가 술에 대한 의존성이 크기에 축제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이 과정에서 누군가 피해를 보거나 혹은 의견이 묵살되는 일이 없도록 여론을 잘 살펴야 한다. 일방적인 설득과 반대가 아닌, 토론과 경청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학생자치가 완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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