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길 봐도 외국인, 저길 봐도 외국인이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내 눈에 보이는 풍경은 몹시 낯설어 마치 우리나라가 아닌 듯 했다. 안산역 2번 출구로 나오니 일렬로 쭉 늘어선 대자보들과 중국 신문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대자보가 중국의 국제정세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중 일부는 현재 SNS에 흉흉하게 퍼져있는 장기 밀매에 관한 것이었다. 약간은 섬뜩했지만 조금 신선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길을 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문화 음식거리>라고 써있는 기둥이 보였다.

다문화 거리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수많은 외국인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중국어나 영어 같이 평소에 쉽게 들을 수 있는 언어뿐만 아니라 베트남어, 태국어와 같이 평소 접하기 힘든 언어도 다문화거리에서는 일상 언어처럼 들려온다. 가게들 역시 외국인들을 위해 다양한 언어로 손님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음식점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 언제나 찾아올 수 있도록 아시아의 여러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거리 중간에 위치한 광장에는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제기차기, 카드놀이 등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어린아이들은 어색한 한국말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뛰놀았다. 말 그대로 ‘국경 없는 거리’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 외국인들을 도와주는 ‘안산 외국인 주민센터’의 모습
조금 더 걸으니 외국인들을 위한 시설인 ‘안산 외국인 주민센터’가 보였다. 건물 외관에는 여러 국가의 국기들을 합쳐서 만든 사람 모습의 형상이 있었다. 건물 안에는 외국인 주민센터 뿐만 아니라 다문화도서관, 보건소, 통역센터 등이 위치해있다. 다양한 나라의 책이 배치돼 있는 다문화도서관에는 외국인들이 혼혈인 자녀를 데리고 와 모국어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위로 올라가면 ‘안산시 외국인 주민 통역상담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직원들이 바쁘게 상담을 하고 있었다. 신기한 점은 여기서 상담을 해주는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이며 각자 자국의 언어로 상담을 한다는 점이다. 지원센터 김상헌 상담팀장은 “외국인들로부터 월 4,000~ 5,000 건의 상담이 들어와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상담을 하는 원인은 임금체불인데 우리 지원센터가 변호사와의 알선을 통해 받아주는 임금은 연 1억 5,000만 원이나 돼요”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센터에서 나오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말을 걸어보니 그들은 네팔인이었다. 한국에 온 지는 얼마나 됐는지, 힘든 점은 없는지 등의 질문에 그들은 어눌한 한국말로 정성스레 대답을 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삶의 애환이 묻어나왔다. 한 외국인근로자는 “계약기간이 끝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어요. 지금 취업지원센터에 지원서를 내고 왔죠. 당분간 일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안산 다문화거리에는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 활기찬 시장의 모습부터 외국인근로자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까지. 이곳이 외국인들이 마음의 안식처로 느끼는 곳이라는 생각과 함께 외국인이 기댈 곳이 여기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왠지 모를 씁쓸함이 남았다.


글·사진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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