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부의 기운이 느껴져요”, “밥 한번 같이 먹어요” 등
행인에게 따라붙는 길거리 포교 행위… 시민들에게 불쾌감 줘

 
감언이설로 시작하는 사람마다 똑같은 관상이야기

“여장부의 기운이 느껴져요. 본래 복을 많이 가지고 태어 난 것 같은데……. 저랑 같이 망우사거리에 가서 조상에 관련된 이야기 좀 나눠 봐요. 그래야 앞으로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아요” 지난 가을 고희은(국제관계 12) 씨는 청량리역 광장을 지나다 한 중년의 남성으로부터 자신의 관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고희은 씨는 “내 칭찬인 것 같아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 친구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관상 내용까지 똑같았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어떤 곳인지 몰라 두려움이 앞서서 따라 가지 않았다. 같은 내용으로 여러 사람에게 접근하는 걸 보니 신빙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길을 지나가다 보면 낯선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포교가 목적인데 이는 대학 근처나 노량진역, 서울역 주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학교 근처에서 또래로 보이는 여자와 한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는 유경희(건국대 2) 씨는 “길을 묻는 줄만 알았는데 내가 살아온 과정과 우리 집안 이야기를 했다. 실내로 들어가자고 하길래 사주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마음에 커피를 샀다”며 “그러나 마지막엔 나이 수만큼의 금액을 요구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며칠 뒤 유경희 씨는 같은 장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녀를 또 발견했다. 유경희 씨는 “나한테 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그대로 하고 있어 어이가 없었다. 카페에 가자고 요구하는 것까지 동일했다”고 말했다. 


포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까, 도가 지나친 접근으로 봐야 할까

포교가 목적이더라도 처음부터 종교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도를 탐구한다며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거나 멘토가 돼 주겠다며 다가와 마지막에서야 교회 소속 사람이라는 것을 밝힌다. 이들은 집요하게 따라와 연락처를 달라는 등 강요성이 짙어 그 접근 방식이 문제가 된다.

늦은 밤 기숙사에 가던 이은별(행정 12)씨에게 누군가 자신이 지역 주민이라며 접근해 왔다. 그는 자신이 모 대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나중에  밥을 한 번 먹자고 권했다. 이은별 씨는 그에게 연락처를 줬다. 며칠 뒤 그 사람으로부터 특정 교회로 밥을 먹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이은별 씨는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교회 사람인지 몰랐다. 무서워서 그날 바로 수신을 차단했다”며 “이런 식으로 포교활동을 하다니 놀랍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심이 없으면 거절하면 되니 길거리 포교활동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있다. 김기선(인하대 2) 씨는 서울역을 지나가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해 신기한 마음에 스스로 그들의 ‘공부방’에 따라갔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흥미로웠으나 시간이 없어 많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연락처를 받고 그 후에 공부방에 가보니 그 곳은 대순진리회 소속의 사람들이 도를 공부하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만난 날 내가 먼저 연락처를 물었다. 그들이 끈질기게 따라와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김기선 씨는 오행의 원리, 사주팔자 등 그들이 공부하는 내용이 흥미로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공부방’을 방문하고 있다.

 
대화를 제재할 수는 없어도 경범죄로 처벌 가능해

길거리 포교활동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포교를 포함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체적인 접촉을 한다거나 의사표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쫓아오는 등 불쾌감을 주는 행위는 처벌이 가능하다. 전농 파출소 정인문 경위는 “도가 지나친 포교활동으로 불쾌감을 느꼈다면 경범죄 처벌법 3조 1항에 제시된 ‘지속적인 괴롭힘’에 해당 돼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처벌은 벌금제로 8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길거리 포교 활동은 설문을 요청한다든지 선물을 나눠주며 연락처를 묻는다든지 등 시민들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따라서 시민들도 이들이 종교 단체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 채기 어렵다. 한국 기독교 이단 상담소 박형택 소장은 “길거리 포교활동은 대부분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기독교에서는 전단지를 나눠 주기는 해도 시민들을 미혹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강요성이 짙다면 사이비 종교를 의심할 것”을 당부했다.


글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그림_ 박승아 nulza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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