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가 찾아왔다. 나는 작년 1학기 언론인의 꿈을 품고 신문사에 입사했다. 항상 글쓰기실력이 부족함을 느껴왔기에 신문사를 통해 그걸 극복하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가졌던 ‘열정’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정(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게 권태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나는 매번 버티기 식으로 기자 생활을 해왔다.

수습기자 딱지를 떼고 정기자가 되면서 기사 쓰는 분량이 늘어났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장점도 많았지만 내 역할과 책임이 커지면서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감과 조판을 반복하면서 학업과 신문사 생활을 병행하기가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느꼈다. 또한 친구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레 드물어졌다. 항상 피곤해 하는 날 보고 어느새 친구들은 날 ‘기사 쓰는 기계’, ‘신문사 노예’로 부르고 있었다. 신문이 나올 때마다 나의 한계를 느끼고 기자 생활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기사를 쓰느라 과제를 포기하기도 했고 마감 다음날 수업을 빼먹은 일도 허다했다.

처음에는 내가 피해를 입은 게 모두 신문사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다 내 탓이었다. 나는 ‘기자로서의 나’가 아닌 다른 역할을 더 좋아했고 중요시했다. 신문사는 자연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내가 기자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고 기자로서의 자부심도 부족했다. 맡은 기사에 대한 애정은 부족했고 항상 힘들다고 징징거리기만 했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권태를 느끼고 있으며 언제쯤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인과의 권태를 극복할 때도 그러하듯 지금의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식의 사고가 아닌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요즘 신문사에 입사하며 품었던 포부를 종종 생각하곤 한다. 그와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얼마나 나태해진 걸까… 안일하게 기자 생활을 했던 내가 부끄럽다. 앞으로 부끄럽지 않도록 치열하게 고민하며 기자 생활을 이어나가겠다. 권태기가 끝날 즈음에는 더욱 성숙한 내가 있길 바라며 좀 더 ‘기자로서의 나’에게 애정을 가져야겠다.


김주영 기자 kjoo0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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