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어문 계열 전공자들의 70%가 자신의 전공이 취업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설문 결과를 접했다. 그들이 겪을 어려움에 공감이 되다가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애초에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고 진리를 찾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기관이자 연구기관이다. 더군다나 인문학은 그 기원을 한참을 거슬러야하는 학문의 근본이다. 인문학은 취업이나 스펙을 쌓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대학이 지식의 상아탑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인재 양성소가 되기를 강요한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80%가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률이 대학을 선택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문에만 천착하기를 바라는 것은 도리어 시대를 역행한다는 비난만 듣게 할 것이다.

중세부터 그 역사가 시작된 유럽의 경우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학문의 정수를 깨닫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만 있을 뿐 경쟁을 통해 결과가 서열로 매겨지는 수업은 드물다. 유럽과 달리 우리의 대학들은 좋은 인재를 가려내기 위한 기업의 압력에, 좋은 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학생들의 등쌀에 그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

업이 있어야 돈을 벌고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취업이야 말로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의 지금을 가능케 한건 견고한 학문적 토대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대학 역시 학문을 탐구하는 학자들의 공동체로서의 본질을 되새길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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