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어문계열을 전공한 구직자 10명 중 7명 가량이 본인의 전공이 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포털사이트인 ‘잡 코리아’가 지난달 4일부터 11일간 구직자 3,4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인문·어문계열 출신 구직자 중 70.3%가 “전공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반면 상경계열 출신 구직자들의 경우 자신의 전공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비율이 52.6%에 달해 대조를 이뤘다.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나 취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신이 인문·어문계열 학생임을 밝히며 취업에 있어 전공으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취업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인 ‘SPEC UP’에서 활동하는 한 누리꾼은 “이제 4학년인데 어디에 취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경영학과 출신 학생들과 경쟁이 안 될 것 같아 걱정이다”라며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 인문·어문계열 전공자의 취업, 정말 어렵기만 한 일일까?

복수전공은 필수… 전공 때문에 서류탈락까지

실제로 인문·어문계열의 학생 사이에서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불어불문학과에 재학 중인 김서영(충북대 3)씨는 “주위의 동기나 선후배들에게 어문계열이라 취업에 불리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문계열 특성상 해당 언어가 쓰이는 곳이 아니면 가산점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 전공한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전공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들었다”며 어문계열 학생들 사이의 분위기를 전했다.

‘인문·어문계열 학생이라면 당연히 복수전공을 해야 한다’는 식의 인식도 확산돼 가고 있는 추세다.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김보라(부산대 3)씨는 “기업에서 상경 계열 출신의 구직자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많아 그쪽으로 복수전공을 하거나 부전공을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현재의 전공이 나의 진로에 있어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 진출 분야를 변경할 경우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사회과학계열을 부전공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A 백화점에 취업한 이연수(국어국문 07)씨는 “비슷한 수준의 스펙이라고 해도 인문계열은 서류부터 탈락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공으로 인한 불이익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요즘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는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인문학의 입지가 여전히 좁다고 말했다.


인문·어문계열 학생들의 불안, 실체가 있을까?

인문·어문계열 전공자가 취업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실체 없는 불안’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올해 1월부터 금융회사의 TFA(Total Finan cial Advisor)로 근무 중인 신양섭(국어국문 07)씨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상경계열에 비해 인문계열이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거나 많은 사람들이 가고자 희망하는 곳이라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는 인문계열뿐만 아니라 모든 학과의 학생들에게 공통된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언어문화를 전공하고 있는 김도영(인하대 3)씨는 “상경계열 전공자라고 해서 무조건 취업이 잘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어문계열의 경우 오히려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 해외영업부 등에서의 근무에서 다른 전공자들과는 차별되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대학 국어국문학과 김수영 교수는 “좀 더 시야를 넓게 본다면 인문학이 오히려 진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여러 분야에 국어국문학과 등 인문계열 전공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인문학은 취업의 수단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의 본질이 비판적 지성인을 길러내는 데에 있는 만큼 좀 더 멀리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공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

우리대학 취업경력개발센터의 한 관계자는 “인문대학 학생들이 본인의 전공과 취업에 대한 불안감은 있지만 막상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전공 이외에 활동 등에서 인문대학 학생들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공모전 관련 잡지나 커뮤니티가 많아 관심만 있으면 쉽게 준비를 시작할 수 있는데 이를 찾아보려는 의욕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취업에 대한 인문대학 학생들의 태도가 적극적이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그는 덧붙여 “본인의 관심분야를 확실히 정해서 미리 준비한다면 인문대학 출신이라고 해서 취업이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사고의 힘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 다만 경험 및 활동이 없으면 자기소개서도 쓰기 어려운 만큼 전공에 구애 받지 않는, 학교에서 벗어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련 경험을 쌓아나갈 것을 당부했다.


글·사진_ 김홍진 기자 bj293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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