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선거, 3~4월에 다시 치르는 대학 많아
임시방편적 정책 처리 등 출범 늦을수록 학생들에게 불이익


계속되는 학생회 재선거, 투표율 낮거나 후보자가 없거나

서울대는 지난 9일부터 4일간 총학생회장 재선거를 실시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총학생회장 선거가 28%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며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학생회장 재선거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서울대는 재작년에도 투표율이 49%에 그쳐 총학생회장 선거가 무산됐다. 그래서 작년 초에도 ‘재적회원 과반수의 투표가 성사되지 못할 시 해당 총학생회 선거는 무산된다’는 회칙에 의거해 재선거를 실시했다.
한국외대 역시 총학생회장 재선거를 실시했다. 지난해 실시한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율이 26%에 머물면서 단독 후보일 경우 반드시 넘겨야 하는 30%의 투표율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외대학보사 문나윤 편집장은 지난 3월 “동아리 홍보로 부스가 북적이는 학기 초에 외대에서는 선거 부스 설치가 한창이다. 아직도 회장 후보가 나오지 않아 심히 우려 된다”는 글을 「중대신문」에 기고하기도 했다. 한국외대는 이번 달이 돼서야 뒤늦게 총학생회가 출범했다.

후보가 없어 선거가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건국대는 지난해 선거에 이어 올해 3월 실시된 재선거에서도 총여학생회와 문과대 회장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총여학생회는 지난 몇 년 간 후보자가 없어 비상대책위원회가 총여학생회를 이끌었다. 건국대 안재원 총학생회장은 “학우들이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입후보자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총여학생회장의 오랜 부재로 인수인계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총학생회에서 통합관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1980년대 학생운동 당시부터 명맥이 이어져오던 건국대 총여학생회가 사라지게 됐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학생회는 입후보자가 없어 지난 한 해 회장 없이 운영됐다. 지난해 말에도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선거가 무산됐지만 올해 보궐선거에서는 다행히 입후보자가 나온 상태다.

▲ 총학생회 선거 마지막날인 12일 서울대 학생회관 앞에 기표소가 설치돼 있다. 바람에 펄럭이는 기표소의 천막은 투표하는 학생들이 없어 더욱 휑하다.

뒤늦은 학생회 출범… 임시기구로는 한계 있어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의 출범이 늦어짐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기존 총학생회의 임기가 11월 30일로 끝나면서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하지만 연석회의가 총학생회 역할을 대신한다 하더라도 임시적인 기구라 한계가 존재한다. 서울대 연석회의 정주회 정책국장은 “연석회의는 인준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 측을 상대로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학내에 문제가 발생해도 장기적인 정책을 발표하기보다는 당면한 문제들만 조율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재선거로 학생회가 출범해도 인수인계 과정을 거치고 정책을 세워 실행에 옮기려고 하면 금세 임기가 끝난다. 제대로 된 총학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4월 재선거로 당선된 서울대 오준규 전 총학생회장은 “학우들과 법인화 이후의 문제점, 공간문제, 장학금문제, 학생권리사안 등에 대해 학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소통의 시간이 짧았다. 5월에 열리는 총회 때 여러 사안을 다루지 못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생회 불신 vs 개인주의 만연

선거 때마다 투표를 해왔다는 A씨(서울대 4)는 “학생회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본 적은 없다. 요즘 학생회는 학우들의 지탄을 받을 만한 행동을 많이 해 학우들 사이에서도 신뢰도가 높지 않다”며 “학생회가 일을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학생회 측에서도 학우들의 불신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정주회 정책국장은 지난해 투표율이 유난히 낮았던 이유로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서울대 담배녀 사건’을 꼽았다. 오준규 전 총학생회장은 “학생회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우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도 무기력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참여의식이 부재한 점도 분명 문제가 된다”며 학생회와 학생,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학생들의 학내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우리대학 국제관계학과 김민정 교수는 “학생들은 자신에게 직접 와 닿는 문제가 아닌 것에는 무관심한 것 같다. 학생회에 대한 불신이 깊다 해도 학내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제 목소리를 내야 학내 사회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문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공동체에 소속돼 있으며 공동체가 발전해야 자신도 발전할 수 있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글·사진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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