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빅이슈>가 나왔어요! 한 권 사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빨간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지하철역 앞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외친다. <빅이슈>를 파는 ‘빅판(빅이슈 판매원)’의 모습이다. 빅판은 대개 주거취약계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중에서도 자활 의지를 지닌 홈리스들이 대다수이다.

<빅이슈>는 홈리스의 자활을 위해 만들어진 잡지다. <빅이슈>는 홈리스의 경제적 자립 및 정서적 치유를 도와 그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빅이슈> 판매 코디네이터 이선미 씨는 “서울역과 영등포역의 무료 급식소에서 빅이슈 판매원을 모집한다.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는 홈리스에게 <빅이슈> 판매를 통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며 <빅이슈>를 소개한다”고 말했다.

▲ 지하철역 앞에서 빅판이 <빅이슈>를 팔고 있다.

홈리스, <빅이슈>를 통해 자립하다

홈리스들은 <빅이슈> 판매를 통해 어떻게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까.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빅이슈> 사무실에 자활 의지가 있는 홈리스가 찾아오면 먼저 <빅이슈> 측에서 <빅이슈> 10부를 제공한다. 홈리스가 무료로 받은 10부를 다 팔면 첫 수입으로 5만 원이 생기게 된다. 홈리스는 이 돈으로 직접 <빅이슈>를 구매해 다시 판매를 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빅이슈> 한 권 가격의 절반이 홈리스에게 돌아간다. 나머지 절반은 임대주택 입주를 포함한 자립 지원 서비스와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인식 개선 사업에 쓰인다.

홈리스들이 <빅이슈> 판매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나면 <빅이슈> 측에서는 한 달 동안 지내게 될 고시원을 연결해준다. 첫 달은 무료로 지내게 한 후, 두 번째 달부터는 <빅이슈>를 팔아서 생긴 수익으로 고시원 비용을 내게한다. 홈리스들은 빅판으로 활동한 지 6개월이 지난 후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홈리스들이 보증금 100만 원을 가져오면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를 바탕으로 <빅이슈> 측은 임대주택을 연결해준다. 이 과정까지가 <빅이슈> 측이 정한 1차 자립이다. 현재 <빅이슈> 판매원은 50명 정도이며 이 중 20명이 넘는 홈리스들이 1차 자립을 이뤘다. 강남역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 A씨는 “오늘도 많은 손님들이 찾아주셨다. 벌써 10권이 넘게 잡지를 팔았다. 손님들이 <빅이슈>를 많이 구매해 준 덕분에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미 씨는 “빅판을 하고 있는 홈리스 중 3명은 가정으로 복귀했으며 <빅이슈> 판매를 그만 둔 사람들 중 대다수가 <빅이슈>를 발판 삼아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예전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빅판 A씨 역시 “더 열심히 일해 다시 당당하게 사회로 나갈 것이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 연예인들이 초상권을 재능기부한 <빅이슈>

재능기부로 만들어지는 잡지, <빅이슈>

<빅이슈>의 콘텐츠는 대부분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빅이슈>는 글, 일러스트, 디자인, 사진, 영상, 편집 등 다방면에서 재능기부를 받고 있다. <빅이슈> 측은 잡지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들에게 재능기부를 요청하고 있다. 일러스트로 재능기부를 한 유수향 씨는 “내가 가진 재능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항상 밝게 서서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는 홈리스들을 보면서 ‘내가 저 분들이 힘낼 수 있도록 작게나마 도움을 줬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요리 스타일링, 에세이, 사진 등을 통해 재능기부를 한 푸드디렉터 김학현 씨는 “재능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이런 재능을 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빅이슈>의 큰 매력이다”라며 “나와 다른 사람들의 재능으로 만들어진 <빅이슈>라는 잡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읽힌다면 결국엔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콘텐츠를 통한 재능 기부 외에도 자원 봉사를 통해 누구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다. <빅이슈> 판매도우미인 ‘빅돔’이 바로 그것이다. 빅돔은 빅판 옆에서 함께 <빅이슈>를 홍보하고 응원하며 빅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활동을 말한다. 이선미씨는 “본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빅판을 도와주는 빅돔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말했다. 빅돔 활동을 한 김유림(동덕여대 3)씨는 “거리에서 <빅이슈>를 외치며 홍보를 하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나의 응원이 빅판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곽나래(사회복지 10)씨는 “빅돔 활동을 하면서 하루 종일 혼자 추위에 떨며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빅판들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빅돔 활동을 한 뒤로 <빅이슈>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길가에서 빅판이 보일 때면 <빅이슈>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선미 씨는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판들은 사회로 복귀하려고 당당하게 자립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길을 걷다가 <빅이슈>를 판매하는 사람들의 밝은 미소를 보면서 홈리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많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며 홈리스의 자활활동에 대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글·사진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