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마포대교 아래 한강시민공원은 한강을 타고 실려 오는 강바람을 쐬러온 사람들로 붐빈다. 배를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며 이들은 마포대교로 향한다. 얼마 전 ‘생명의 다리’로 새롭게 변신한 마포대교의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마포대교를 걸으면 특별한 센서가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난간에 불빛을 밝힌다. 이는 한 보험회사가 투신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장치. 마포대교는 한강 다리 중 투신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 마포대교를 걷다보면 ‘생명의 다리’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온다.
마포대교는 무리지어 다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 불빛들이 바쁘게 번쩍이고 있다. 마포대교를 건너기 시작하면 밝게 빛나는 불빛 위로 글귀들이 눈에 들어온다. ‘무슨 고민 있어?’, ‘밥은 먹었어?’ 등 마치 부모님이나 친구가 말을 거는 듯 따뜻한 글귀들이 모여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든다. 마포대교를 찾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서로 다른 스무 개의 에피소드들이 다리 양쪽을 타고 흐른다.

인터넷에서 보고 생명의 다리를 구경하러 왔다는 대학생 오슬인(20) 씨는 “‘3년 전에 힘든 일 기억나?’라는 글귀가 기억에 남는다. 지나고 보면 기억도 안 나는데 그 땐 왜 그렇게 고민할 게 많았는지 모르겠다”며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정재엽 씨는 “친구들이 답답할 때 오면 좋다고 해서 와봤다. 생각나는 사람 있으면 전화해보라는 글귀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지만 아직 전화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을 쭉 따라 읽다보면 전화기와 마주하게 된다. 전화기에는 빨간색 119 버튼과 함께 ‘생명의 전화’라고 적힌 녹색 버튼이 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정작 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은 없다. 녹색 버튼을 누르니 신호음이 흐르고 이내 중년 남성이 전화를 받는다.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어보지만 마포대교를 지나는 자동차 소리에 묻혀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마포대교의 한 가운데에는 친구의 볼을 꼬집고 있는 ‘한 번만 더 동상’이 있다. 전망대로 꾸며진 이 장소에는 다리를 지나는 내내 볼 수 있던 것처럼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생명의 다리는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관광지다.

그러나 원래 목적인 자살예방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생명의 다리를 찾은 이연주(17) 씨는 “공감되는 말도 많았지만 진짜 자살을 마음먹은 사람한테는 효과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민섭(17) 씨 역시 “글귀에 공감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리가 쉴 새 없이 반짝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강은 조용하고 장중하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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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_ 문광호 기자 rhkdgh9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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