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지출되는 교재비, 한 달 생활비의 절반 이상 수준
학생이 자체적으로 중고책 장터를 여는 노력 보여


“부모님께 교재비를 타 용돈으로 몰래 쓰던 시대는 지났다. 전공 서적, 교양 서적 등 수업에 필요한 교재 한 권 값이 2~3만 원을 훌쩍 넘어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모두 사려면 용돈만으로는 부족하다”

올해 간호대학에 입학한 이민주 씨는 지난 3월 초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사는데 23만 원이 들었다며 경제적인 부담을 호소했다.

실제로 학기 초에 드는 교재비용은 한 달 생활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사이트에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 달 생활비로 20~30만 원을 지출한다는 대학생이 29.3%로 가장 많았고 30~40만 원을 지출한다는 대학생이 그 뒤를 이었다. 학기 초에 교재비로 약 20만 원이 소요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 생활비만큼의 금액이 고스란히 교재비용으로 쓰이는 것이다.

한 학기 내내 보는 교재가 아닐 경우에는 구입하기도 망설여진다. 도서관에서 잠깐 빌려보려 해도 도서관에 보유된 권수가 적기에 쉽지가 않다. 고희은(국제관계 12)씨는 “전공 수업에 필요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 했지만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많고 책의 권수는 적어 결국 빌리지 못했다. 단 두 번의 수업에만 쓰일 책인데 2만 원이 넘어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며 값비싼 교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 '북장터'의 서울시립대 페이지

대학생에 의한, 대학생을 위한, 대학교재 중고서점 ‘북장터’

학기 초 대학교재를 사는데 쓰이는 비용을 줄이고 또 매학기마다 버려지는 책의 낭비를 막기 위해 대학생이 직접 나서서 중고서점을 마련했다. 온라인 중고서점 북장터를 운영하는 최병욱(연세대 4)씨가 그 사례다. 수많은 중고서점 가운데서 북장터는 대학생의 수업 교재 판매를 목적으로 대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유통망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병욱 씨는 “똑같은 교재를 사용하는 수업이 매학기 있다면 그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북장터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북장터는 각 학교별로 페이지가 따로 존재하므로 우리학교 수업에 쓰였던 교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책을 팔려는 학생이 책 제목, 원하는 가격,책이 사용된 수업, 책 상태 등을 입력해 놓으면 구입을 희망하는 학생이 그 책을 보고 연락해 거래를 한다.

북장터는 판매자와 수요자가 학교 내에서 직접 만나 거래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중고 장터들과 차이를 가진다. 배송 단계를 없애고 학생들이 직접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최병욱 씨는 “배송비를 절약하고 배송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게 북장터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북장터에는 서울 소재 대학뿐만 아니라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지역 대학의 페이지도 있다. 최병욱 씨에 따르면 판매의 활성화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을 뿐, 지방 대학이라 해서 수요가 적은 것은 아니다. 

북장터가 만들어진 지는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가입자 수는 9,000명이며 1만 3천여 권의 교재가 사이트에 등록돼 있다. 3월, 9월과 같은 학기 초에는 하루에 적게는 3천 명에서 많게는 1만 명까지 사이트에 접속을 한다. 최병욱 씨는 “주로 학기 초에 사이트를 홍보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사이트를 확장해 모든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런 일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연락을 준다면 같이 활동하고 싶다. 거의 혼자 운영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외로울 때가 종종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생회 차원에서도 중고서점 열려 

학생들의 교재비 절감을 위해 대학 학생회 차원에서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강원대, 경희대, 숙명여대, 한국외대 등은 이번 학기 초 학생들에게 책을 미리 받아 야외 장터를 열어 판매하는 형식으로 중고 서적 행사를 진행했다. 전북대의 ‘교재 백화점’, 청주대의 ‘오픈 마켓’ 등 그 이름도 다양하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우리 학교에서는 오래전부터 총학생회 주도로 학기 초마다 중고책 장터를 열어 왔다. 학생들의 교재비 절감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열 예정이다”라며 향후 중고 서점 개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중고책 장터를 이용한 안지윤(숙명여대 4)씨는 “무엇보다 책값이 싸다는 점이 중고책 장터의 가장 큰 장점이다. 중고는 선뜻 구입하기가 꺼려지는 게 일반적인데 내가 산 책은 새 책과 다름 없없다”며 “필기가 돼있는 경우는 오히려 공부할 때 도움이 돼 좋다”고 중고책 장터에 대해 만족해했다.


글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사진_ 북장터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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