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시사회학과 이윤석 교수


우리 아버지들이 걸어온 길

현재 486세대(지금 40, 50살이고 60년대에 태어나서 80년대에 대학을 간 사람들)는 앞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요롭게 자란 세대에요. 1960~90년대의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한창 커가는 시기여서 사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었죠. 하지만 이분들이 30대일 때 IMF가 터졌어요. IMF 직격탄을 맞은 세대는 아니지만 이들은 바로 윗세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과 분노를 느꼈을 거예요. 이들은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내가 당할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에 불안을 느끼며 중년으로 넘어간 세대죠.

이처럼 486세대는 ‘불안’한 세대에요. 50년대에 태어나신 아버지들은 대학을 정상적으로 졸업하게 되면 직장에 들어가 큰 문제 없이 정년을 맞이하셨던 분들이에요. 그러나 486세대들은 이런 삶의 여정을 더 이상 보장받지 못하게 됐죠.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삶의 모델이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이 모든 것을 개척해 나가야 하죠.

▲ 출근길, 한 아버지가 만원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아버지들이 겪는 내적·외적 어려움

현재 우리 아버지들은 가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함에 따라 안과 밖으로 새로운 과제를 떠안으셨어요.

우리 아버지들은 앞 세대와 많이 달라서 내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요. 앞 세대 아버지의 경우 집안일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됐고, 가만히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가족들을 사랑한다고 암묵적으로 용인이 됐었죠. 하지만 현재 486세대의 아버지들은 가족들로부터 ‘우릴 사랑한다면 직접 보여줘’를 요구받아요. 예를 들어 주말마다 아이들과 놀아줘야 한다거나, 아이들이 먹고 싶거나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줘야 하죠. 과거와는 달리 아버지의 마음을 가족들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가족들에게 확인받아야 하는 숙제가 생긴 거죠. 이를 행하지 않을 시, 가족들에게 외면 받아요.

 외적으로도 이전에 전혀 없던 상황들을 마주하게 됐어요. 따라서 불안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닥칠 문제점에 대해서 전혀 대비를 할 수가 없었어요. 대표적인 사례로 기러기 아빠가 있죠. 기러기 아빠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 자녀를 외국에 보낸다’는 생각만 했지 정말로 보내고 난 후 따로 살았을 때 닥치는 여러가지 경제적, 정신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예측을 하지 못한 거예요. 경험도 없었고 선례도 없었기 때문에 막상 문제점이 닥치니 많은 혼란을 느끼게 된 것이죠. 기러기 아빠들은 가족들을 외국으로 보내고 혼자 지내면 외롭게 된다는 것을 막연히 인지했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어떤 외로움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러기 아빠로서의 인생을 선택하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 방황도 많이 하고 결국은 자살을 선택한 분들도 계시는 거죠.


우리 아버지들이 앞으로 겪게 될 사회

두 가지 양상이 예측됩니다. 먼저 더 안 좋아질 거라는 양상이죠. 며칠 전 뉴스를 보니 술 때문에 몸이 상한 사례가 40, 50대에 집중돼 있더라구요. 이와 같이 당분간 수치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들이 계속 될 거예요. 한편 이런 상황에서 희망을 가지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앞 세대를 부정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는 분들도 꽤 나타날 겁니다. 이 중 어떤 양상이 주류가 될 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겠죠.

정리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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