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자국의 동아시아 침략사를 통째로 부인하는 듯한 일본 총리와 일부 우익 정치인들의 언행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다.
아무리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그것이 한낱 소문이나 낭설이 아닌 바에는 역사와 역사 아닌 것을 가리는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올바른 역사인식의 기준으로 객관성을 내세운다. 역사적 사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승자의 기록은 따지고 보면 ‘그들만의’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의 패권주의적 역사인식이 위험한 까닭은 그러한 인식이 우리의 과거 모습을 그들 입맛대로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아무런 역사적 성찰 없이 외부에서 주입된 일그러진 우리 모습을 진짜 모습으로 여기는 것이다. 역사가 과거에 대한 객관적 기록에 그치지 않고 과거와 현재의 대화까지 시도하는 것이라면 과거는 현재의 거울인 셈이다. 우리가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져야 할 정말 중요한 이유는 지나간 우리 모습을 거울삼아 지금의 우리 모습과 앞으로의 우리 모습을 제대로 인식해 이에 합당한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횡행하고 있는 우리 사회 내부의 도를 넘은 역사 왜곡 행위는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종편 채널A와 TV조선 및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왜곡 행위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미 학설로 굳어지고 정부에 의해 공식화된 ‘민주화 운동’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도들의 난동으로 왜곡, 선전하는 행위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참으로 우려되는 일은 학교에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받지 않은 성장기 세대들이 행여나 그러한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말미암아 5·18 민주화 운동과 이 땅의 민주주의 역사, 나아가 우리 자신의 현재 모습에 자학적인 태도를 갖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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