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우리대학 학생들이 중앙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본 책은 무엇일까. 서울시립대신문사는 우리대학 학생들의 독서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0년 간 대출 도서 순위 목록을 분석했다. 중앙도서관에서 제공한 2003년, 2008년 각각 한 해 동안의 대출 횟수 상위 20개 도서 목록과 2013년 1월부터 4월까지 대출 횟수 상위 20개 도서 목록을 토대로 분석을 진행했다.  -편집자 주-


소설 가장 많이 빌려, 장르별로는 판타지와 무협이 인기 많아

 
우리대학 중앙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빌려보는 도서 종류는 단연 소설이다. 2003년, 2008년 그리고 올해까지 대출 횟수 상위 20개 중 1,2개 도서를 제외하고는 소설이 목록을 가득 채웠다. 중앙도서관 사서과 김정규 과장은 “소설은 전공 도서처럼 특정 주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층이 다양하고 많다”고 말했다.

소설 중에서도 학생들이 가장 많이 빌려보는 장르는 판타지와 무협이다. 2003년 상위 20개 도서 중 11개가 판타지와 무협 장르였다. 2008년에는 8개 소설이 판타지와 무협 장르였고 올해 대출도서 1위로 집계된 『얼음과 불의 노래』 역시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조지.R.R.마틴의 판타지 소설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판타지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이들 소설이 단행본 형태로 출판되기 시작했다. 판타지 소설 1세대로 평가받는 『퇴마록』, 『드래곤 라자』를 비롯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묵향』까지 판타지 소설은 90년대 후반 이후 집중적으로 출판되기 시작했다. 2003년에 우리대학 판타지와 무협 소설 대출 빈도가 높은 것 역시 당시 이 장르에 대한 높은 인기를 보여준다.

국어국문학과 이동하 교수는 “공부를 위한 책읽기가 아닌 취미로서의 책읽기는 답답하게 제한된 일상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일시적인 해방과 휴식을 얻기 위해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소설 가운데서 판타지나 무협소설 같은 대중적 장르가 우세를 보이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분석했다.

판타지와 무협 소설 이외에 당시의 독서 경향을 알 수 있는 소설들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2003년에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다 노부나가』가 각각 5위와 16위에 위치했고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 역시 8위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다 노부나가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고 자연스레 이들의 삶을 다룬 소설도 관심을 받았다. 당시 서울대 대출 순위 1위 역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였다.

2008년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3부작 『한강』, 『태백산맥』, 『아리랑』 이 각각 5위, 10위, 17위를 기록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역시 14위를 기록해 한국 대하소설의 강세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열람팀 강수인 씨는 “당시 대학들이 권장도서로 대하소설을 많이 추천했다”며 대하소설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역사 관련 도서 대출 UP, 1인당 도서 대출 횟수 DOWN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집계된 통계에서 역사 관련 도서는 9권으로 상위 20개 도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역사 도서 중에는 만화책도 상당수 있다. 고우영의 『십팔사략』, 『열국지』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모두 역사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만화다. 이외에도 『로마인 이야기』와 『칼의 노래』가 상위권에 올랐다. 역사에 관한 도서가 상위권에 오른 이유에 대해 김정규 과장은 “역사는 독자들에게 친숙한 이야기이므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존 대출 도서의 주류를 이루던 소설 이외에도 사회과학 도서나 수필집, 외국어 관련 도서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올해 대출 도서 8위에 오른 『정의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맨큐의 경제학』,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시나공 토익 만점의 법칙』 등이 20위권 안팎에 올랐다. 열람팀 강수인 씨는 “요즘 들어 영어회화나 여행 등 자신의 스펙을 쌓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책을 빌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시대가 변함에 따라 빌리는 책도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발행된 『2012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우리대학 재학생 1인당 대출 도서 수는 평균 16.1권으로 조사 대상 205개 4년제 대학 평균 11.6권을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우리대학 재학생 수는 변화가 크게 없던 반면 총 도서 대출 횟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은선 팀장은 “인터넷 이용이 늘어나고 이를 이용한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나면서 책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다. 그 결과 책을 빌리는 사람도 줄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중앙도서관에서도 ‘사서 추천도서 목록’을 운영하는 등 학생들의 독서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문광호 기자 rhkdgh9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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