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 학원가가 발칵 뒤집어졌다. 대입제도 중 하나인 입학사정관제를 2015학년도부터 폐지한다는 소식이 한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됐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 “교육부는 입학사정관제 폐지를 검토한 바가 없으며 따라서 해당기사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지난 22일에는 교육부 서남수 장관이 직접 “입학사정관제 폐지는 사실이 아니다. 다만 부작용이 나타난 만큼 학교생활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검토·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입학사정관제 폐지와 관련한 오보 소동은 잦아들었지만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 지난 10일 진행된 교육 토론회인 ‘현문즉답’에서 교육부 서남수 장관(사진 왼쪽)은 입학사정관제를 보완해 나갈 것을 밝혔다.

수상실적에 목매는 학생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생의 전공에 대한 열정과 잠재력을 수치화해서 평가하기 어렵다는 비판은 입학사정관제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학생들조차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 경시대회에 참가해 ‘수상실적’을 쌓는 것이 만사라고 생각하고 공모전 등에 몰리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고 있는 오수진(18)양은 “공모전 등에서 수상실적이 없으면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합격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수상실적이 없다면 학생의 특기 등을 증명할 수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고 있는 김송기(18)양은 “대학에 가서 꿈을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공모전 등에 참가해야 한다”며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대입 영향력에 따라 경시대회 서열 결정돼

경시대회에서의 수상실적이 합격으로 연결된다는 인식이 굳어짐에 따라 각 경시대회가 서열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대입에서 영향력 있는 경시대회일수록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 분야는 문예 백일장 및 공모전인데 현재 국내에 운영되고 있는 대회만 해도 100여 개가 훨씬 넘는다.

올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서울 소재 유명대학의 인문대학에 입학한 A(20)양은 “각 대회 간에 등급이 존재한다. 대회의 규모나 명성 등에 따라 등급이 좌우되는데, 이러한 대회의 등급이 실제 입시에서도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며 대회에 따라 서열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예술고등학교에서 실기를 지도하고 있는 권정현 씨는 “좋은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는 장관상 같은 것을 수여하는 대회가 선호되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아무도 모르는 모호한 기준에 포트폴리오 과외까지 등장

공모전 정보를 다루는 유명 인터넷사이트인 ‘아이러브 콘테스트(www.ilovecontest.com)’에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외 광고가 수시로 올라온다. 단순히 경시대회에 대한 실기지도뿐 아니라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활용되는 포트폴리오 제작을 코칭해주는 ‘입학사정관 전형 특화 과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년간 실기과외를 해온 이주영(성균관대 4)씨는 “내가 고교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소화 못할 ‘스펙’을 요즘 입시생들은 축적해나간다. 활동 기록과 결과물들을 취합하는 것에서부터 적절한 주제 및 내용 구성, 자기소개서 첨삭, 포트폴리오 디자인까지 학생 옆에서 도와준다”며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는 과외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덧붙여 “수상실적으로 합격하는 경우도 있고, 자격증과 교내활동만으로 합격하는 경우도 있듯이 입학사정관 전형은 그 기준이 너무 애매모호하다. 이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인 수상실적에 기대는 것”이라며 “글로벌 시대, 예비인재를 운운하는 허울만 좋은 주먹구구식 기준은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새 기준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들과 교육부

이처럼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한 대입이 점차 과열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몇몇 대학들은 수상실적 외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차별화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국대는 입학사정관제인 ‘KU자기추천 전형’에서 1박 2일 합숙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중앙대는 ‘다빈치형인재 전형’에서 교외 수상실적과 관련된 서류제출을 금지하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8일 공고한 ‘2013년 대학의 입학사정관 역량강화 지원 사업’을 통해 올해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공인어학성적 및 교과 관련 교외 수상실적을 제출할 수 없음을 모집요강에 명시하도록 해 이를 어길 경우 입학사정관 지원 대학 선정 평가 시 감점할 것을 밝혔다. 이 평가에서 하위 20%로 분류될 경우 해당 대학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도 이와 관련된 규정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의해 마련돼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증빙서류의 형태로 수상실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직접적인 규제 방안이 마련됨으로써 앞으로 입학사정관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홍진 기자 bj2935@uos.ac.kr
사진_ 교육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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