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하곤 한다. 창밖에 핀 꽃을 뒤로 하고 공부해야 했던 4월의 수업시간, 저녁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친구와 함께 걷던 운동장, 비가 오는 날 창밖 너머의 어두운 하늘과 대비되던 부산한 교실 안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3년 내내 생활했던 ‘학교’는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반겨준다. 스승의 날을 맞아 다부지던 고등학생의 나를 떠올릴 수 있는 곳, 나를 응원해주던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곳, 나의 모교로 떠났다.

한 손엔 카네이션을 한 손엔 음료수를 들어 무거운 양 손과는 달리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가볍다. 하지만 막상 학교 정문에 들어서니 선생님을 뵈면 어떤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 긴장되기 시작했다.

▲ 이상일 선생님께서 학교를 찾아온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 계시는 교무실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쑥스러움을 뒤로하고 문 안으로 머리를 빼꼼히 내미니 모니터에 얼굴이 가려져 눈만 보이는 물리 선생님께서 반갑게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담임선생님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을 본 물리 선생님께서 수업 종이 울리는 시간을 기억하고 있느냐고 물어보신다.

카네이션과 메고 온 가방은 내려둔 채 카메라를 들고 교무실을 나서니 자연스레 내가 공부하던 교실로 고개가 돌아갔다. 마침 체육 시간이었는지 학생들은 없고 책상 위 쌓인 EBS교재의 높이가 고3 수험생이 가지는 부담을 보여주는 듯했다. 초록색 칠판의 오른쪽 꼭대기에 ‘수능 D-170, 6월 모평 D-15’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니 숨이 턱 막혔다.

종이 울리자 텅 빈 복도로 학생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에 다녀온 강종찬(19)군의 손에는 ‘2012학년도 성균관대 논술’이라 쓰여 있는 논술시험지가 들려 있었다. 그에게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으니 “‘이제까지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공부를 하는데도 불안해요”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신 선생님이 계실 교무실로 향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선생님께서는 학교 수업은 어쩌고 왔냐며 걱정을 하신다. 카네이션을 드리며 짝짝짝 박수를 치니 조심스레 “남자친구는 있니?”라고 물어보시는 선생님께 다짜고짜 졸업생이 찾아오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여쭸다. “학생들을 잘 가르쳐 내보내는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에 항상 떨고 있다. 졸업생들이 종종 찾아와서 소식을 전하고 보고 싶었다고 표현해 주면 무척 고맙다”며 수줍어 하셨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생이 된 선배들이 담임선생님을 찾아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머리에 염색도 하고 교복을 벗어 제법 어른 티가 나는 선배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멋진 모습으로 선생님을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학교를 떠나면서 현재의 나는 겉모습만 대학생은 아닌지 반성함과 동시에 다음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학교를 찾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글·사진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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