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시스템연구소

▲ 반부패시스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중인 이정주 교수
반부패시스템연구소는 2000년 개소한 이후 우리나라 반부패시스템의 개발 및 보급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지난 14일 천안시에 반부패시스템을 보급하기로 MOU를 체결한 것은 반부패시스템을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보급한 국내의 첫 번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서울시립대신문사는 반부패시스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이정주 교수를 통해 국내의 부패척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반부패시스템연구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부패시스템이란 무엇인가요?
반부패시스템은 부패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다루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부패가 발생한 모든 요인들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인사·승진제도에서 부패가 발생한다면 이를 초래한 요인은 불투명한 제도, 인간관계 중심의 문화 등 다양할 수 있어요.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들을 모두 고려해야 하죠. 뿐만 아니라 부패를 해결하는 방안을 짤 때도 사회의 각종 요소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반부패시스템은 이처럼 부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시스템입니다.

▲ 21세기관 106호에 위치한 반부패시스템연구소
반부패시스템이 왜 중요한가요?
‘부패(corruption)’라는 단어는 ‘함께(cor)’와 ‘파괴(rupt)’라는 어원이 결합된 말이에요. 이러한 어원들을 통해 부패는 ‘공멸(共滅)’이라는 단어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죠. 실제로 한 사회에서 개인이 부패했을 경우 부패는 개인이 속해있는 사회에서 국가로 퍼져나가 국가 전체를 파멸시킬 수도 있어요. 이러한 부패의 부정적 영향은 최근 리비아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죠. 카다피 정권은 지도자 개인의 부패로 인해 자신들의 정권뿐만 아니라 국가까지도 굉장히 위태롭게 만들었어요. 이렇게 부패는 개인, 사회, 국가의 생존에 있어 꼭 해결해야 하는 대상이에요.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부패시스템이 필요한 거죠.

반부패시스템연구소에서 개발한 반부패시스템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반부패시스템연구소의 대표적인 연구성과로는 ‘서울시 청렴시책평가모델’이 있어요. 이 모델은 서울시가 부패를 파악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청렴도지수(Anti-Corrup tion Index,ACI)’의 한계를 깨닫고 연구소에 새로운 모델을 의뢰하면서 만들게 된 모델이에요. 청렴도 지수는 그 전과 비교해 부패실태가 개선된 최종성과만을 놓고 해당기관의 부패 및 개선정도를 파악하는 모델이에요. 하지만 청렴도지수는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기관의 노력이 투입되는 과정을 고려하지 않았죠. 이러한 과정도 반부패 증진노력의 중요한 요소인데 말이죠. 그래서 청렴도지수는 기관의 부패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를 야기했어요.
이러한 청렴도지수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우리 연구소에서는 반부패 증진노력의 전반적인 과정을 포괄할 수 있는 모델인 서울시 청렴시책평가모델을 개발하게 됐어요. 이 모델은 반부패를 위한 기관장의 노력 정도, 기관의 반부패 교육·홍보 등 반부패 증진노력의 과정을 중심으로 부패를 분석합니다. 서울시 청렴시책평가모델을 적용한 후 서울시는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16개 광역시·도 청렴도평가’에서 종합 1위를 달성했고 2010년도에도 1위에 오르는 등 부정부패가 가장 적은 자치단체로 변모했습니다.

▲ '서울시 청렴시책평가모델'이 반영된 평가
반부패시스템연구소가 반부패시스템 개발·연구 이외에도 청렴교육에 힘쓴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교육을 시행하고 있나요?
청렴교육은 현재 반부패시스템연구소에서 주력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데요. 연구소에서는 현재 서울시설관리공단 등 서울시의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청렴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이 교육은 ‘직급별 교육’과 ‘업무분야별 교육’으로 구성되는데요. 우선 직급별 교육은 기관 내 직위에 알맞게 실시하는 교육을 말해요. 기관에 막 채용된 신규자와 해당기관의 가장 고참이라 할 수 있는 최고관리자가 지켜야 할 청렴윤리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해당기관에서 맡은 책임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죠. 또한 업무분야별 교육은 각종 부서별로 발생하는 부패의 종류가 다르기도 하고 부패가 발생하는 빈도도 다르기 때문에 부서의 특성에 맞춰 실시하는 교육이에요. 최근에는 부패 취약분야라고 하는 예산, 인사 관련부서의 청렴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이러한 교육은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패가 발생해 윤리적 갈등상황에 봉착한 예를 보여주고 그런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돼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고 서로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직원들은 청렴윤리에 대해 학습하게 돼요. 이러한 참여교육은 기존의 주입식 교육과 달리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반부패시스템연구소가 현재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어려움인가요?
원래 이 연구소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연구소였어요. 서울시의 지원으로 국제학술대회, 세미나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취임 이후로 우리 연구소에 배정된 예산이 삭감됐어요. 청계천 복구사업에 사용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죠. 반부패시스템연구소에서는 기존에 ‘서울시open시스템’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지원이 끊기면서 이러한 전담팀은 거의 해산된 상태에요. 우리나라의 부패척결을 위해서는 반부패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전파가 필요한데 이를 연구하는 집단의 자금이 부족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반부패시스템연구소가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지금까지는 서울시 산하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반부패시스템을 보급했어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역 자치구에 대한 보급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향후에는 지방자치단체와 MOU를 체결하는 등 지방의 반부패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할 전망이에요. 또한 현재 한국투명성기구 등 부패를 연구하는 다양한 연구기관이 있는데 이 기관들과의 합작활동을 통해 국내 반부패시스템연구가 더욱 발전하도록 노력할 전망이에요. 

정리_ 김현우 기자 hiun917@uos.ac.kr

* 서울시open시스템: 민원과 관련된 서울시 공공기관의 업무처리과정을 민원인이 온라인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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