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부족한 직장인 만성피로…수면관리에 답 있다?’, ‘수면부족, 유전자 711개에 악영향‘ 등 여러 매체에서 수면부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심리적 혹은 육체적으로 건강하려면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20대들은 이런 사실을 뒤로한 채 수면이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 현실이 그들의 잠을 앗아갔다고 말하는 20대. 그들이 잠 못드는 이유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쌓이는 스펙, 더 쌓이는 피로감

취업준비생인 안지윤(숙명여대 4)씨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잠을 못자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녀는 자격증 공부, 자기소개서 쓰기, 면접 준비, 토익 공부 등으로 하루에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여기에 학교생활까지 병행하려니 그녀의 수면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윤 씨는 “졸업을 한 다음에는 취직이 안 돼요. 여성의 경우 특히 더 그래요.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과제와 취업 준비를 병행해야 하니까 일이 너무 많아요”라고 말했다. 인턴 채용 공고는 실시간으로 뜨기 때문에 그녀의 온 신경은 컴퓨터에 쏠려 있다. 혹시라도 맘에 드는 인턴 채용 공고가 뜨면 그녀의 잠은 또 줄어든다. 지윤 씨는 “기업마다 원하는 자기소개서 형식과 내용이 달라요. 그래서 기업의 특성을 연구하고, 자기소개서 쓰는 연습을 해야 하죠”라고 말했다. 그녀의 책상에는 빈 에너지 음료의 캔과 커피 잔이 가득하다. 컴퓨터 모니터의 불빛은 꺼질 줄을 모른다. 그녀는 “잠이 부족하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도 짜증을 내요. 그래서 되도록 밥도 혼자 먹으려고 해요. 주먹밥이나 샌드위치로 매끼니를 때우다보니 영양 불균형이 생겨요”라며 아쉬운 점을 말했다

신혜주(가명, 21)씨 역시 잠못 드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혜주 씨는 “제가 불면증을 겪고 있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다. 현재 스펙을 쌓기 위해 자격증 공부에 몰두 중인 혜주 씨는 공부가 계획한대로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그녀는 “자꾸 공부를 하는 도중 다른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걱정이 동반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돼 잠이 안 와요. 자려고 해도 잠은 안 오고 정신은 맑아지는데 몸은 더 피곤하고. 그 상태가 지속되니 정말 미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뜬 눈으로 밤을 새다 수업을 들으니 수업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한다. 혜주 씨는 “잠을 잔다고 해도 정말 얕게 자요. 잠을 자는 것 같지만 밖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지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잠을 못자요”라며 불면증의 고통을 토로했다.


반비례의 법칙,  할 일과 수면

 “다음 주가 과제 마감인 거 알죠? 착실히 기간 내에 제출하길 바랍니다” 한 강의에서 교수님이 과제를 내 주신다. ‘그런가 보다’라며 다음 강의실로 향한다. 분명 다른 수업 다른 교수님인데 교수님은 앞 강의의 교수님처럼 과제를 하라는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다음 강의에도, 또 그 다음 강의에도 교수님들은 과제를 내 주신다. 이도훈(성균관대 1)씨는 “과제를 매주마다 나눠서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교수님들은 마치 서로 짠 듯이 과제를 한꺼번에 내 주시기 때문에 오늘도 또 밤을 새야 해요. 전공 과목 뿐만 아니라 교양 과목도 마찬가지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영상학을 전공중인 이도훈 씨의 생활은 규칙적이지만 고통스럽다. 아침 7시에 일어나 9시까지 학교를 가고, 6시에 집에 와 8시까지 밥을 먹는다. 그때부터 과제를 시작하면 새벽 5시에 끝난다. 2시간 쯤 눈을 붙이고 다시 7시에 학교를 간다. 생활은 규칙적이지만 너무 적은 수면시간에 몸은 망가져간다. 도훈 씨는 “예술대의 특성상 실기 과제가 정말 많아요. 시험도 실기로 대체하죠. 그래서 정말 잠을 못잘 때는 1주일 동안 잔 시간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어요”라며 한숨을 내 쉬었다.

 현재 건물 보안팀에서 일하고 있는 신영섭(23)씨 역시 밤에 잠을 자는 일은 사치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야간 업무를 하느라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다. 신영섭 씨는 “군대에서 제대한 뒤 휴학을 했어요. 휴학을 하는 동안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낮에 잠을 자지만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다. 군대에서 항상 오후 10시에 자고 오전 6시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는 “오후 7시부터 오전 8시 30분까지 근무를 하려니 일과가 아예 뒤집혀 힘들어요. 일을 하다가도 졸음이 막 쏟아져요.”라고 말했다. “나중에 다시 학교를 다니며 적응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요. 지금은 어느 정도 현재의 생활에 적응을 했는데, 다시 이걸 바꿔야 하니 건강 문제 역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어요”라며 염려를 표했다.


잠도 쫓는 사랑의 고충

김민성(가명, 21)씨는 오늘도 잠을 안 잔다. 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그녀’ 때문이다. 민성씨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일념 하에 그녀에게 계속 고백을 했다. 다섯 번째 쯤 고백을 했을까. 그녀에게 “부담스러우니 더는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대답이 왔다. 민성 씨가 잠을 못 자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하루에 잠을 자는 시간은 많아야 4시간. 보통 2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한다. 학교에서 수업에 몰두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 몸을 피곤하게 해도 어쩐 일인지 밤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하다. 그는 “항상 12시쯤 자려고 불을 꺼요. 예전에는 어떻게든 잠을 자 보려고 수면유도제도 사 먹어보고, 홍차를 마시거나 교수님의 수업을 녹음해서 들어보기도 했는데 다 소용이 없어요. 그래서 요 근래는 불을 끄고 그냥 멍하니 있어요”라고 말했다.

박지현(가명, 23)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녀가 하루에 잠을 자는 시간은 평균 3시간 정도다. 그녀의 수면을 방해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얼마 전 지현 씨는 남자친구와 연락이 잘 안 돼 오해만 쌓아가다 결국 헤어지게 됐다고 한다. 동시에 학점 관리 및 다이어트의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불면증이 계속 됐다. 지현 씨는 “요즘에는 하루 종일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어요.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거든요. 적막한 게 싫어서 밤새 친구들에게 연락해요”라고 말했다. 학점관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현재 휴학 중인 그녀는 가만히 있으면 느껴지는 외로움과 공허함 때문에 몸에 많은 무리를 주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피곤한 몸으로 운동을 갔다가 일을 하기 시작한다. 쉬는 동안에는 생각이 많아져 아예 쉬는 시간을 없앴다. 쉴 틈 없이 하루에 4개의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렇게 무리를 하지만 그녀의 밤은 여전히 환하다. 지현 씨는 “잠을 계속 못자다 보니 생체리듬이 완전히 꼬였어요. 그래서 건강이 안 좋아졌죠. 급성 위염, 생리 불순 등 평소에는 안 걸리던 병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성격도 굉장히 예민해졌고요”라며 불면증이 현재 생활을 하는 데 많은 지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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