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연기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풍토 조성돼
스펙, 실무 경험, 공무원 시험 공부 등 취업 준비가 주목적


 
대학생의 상당수가 취업 준비 때문에 대학교 졸업을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취업준비생 8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및 대학 졸업생의 59.4%가 취업을 위해 휴학과 졸업유예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취업 준비로 인해 1년 이하의 기간 동안 졸업을 미룬 학생이 33.5%였으며 3학기 이상 미룬 학생도 26%에 달했다. 취업을 위해 졸업을 연기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대학교 5, 6학년생’, ‘NG(No Graduation)족’, ‘장미족(장기 미취업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졸업을 유예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펙 쌓기’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을 미루는 이유로 ‘스펙을 쌓기 위해서’를 꼽는다. 앞의 설문조사에서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연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37.8%로 1위를 기록했으며 응답자의 97.5%는 ‘스펙이 취업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권기훈(명지대 4)씨는 “이제는 스펙을 쌓지 않으면 취업이 불가능한 시대다”라며 “졸업을 한 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무료하게 시간을 허비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차라리 졸업을 유예하고 스펙 준비에 시간을 쏟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라고 졸업을 유예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기업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졸업 유예를 택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이 공인 영어 시험 점수, 자격증, 해외 봉사 활동, 제2외국어 등 다양한 스펙을 지닌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다. 백경철(성균관대 3)씨는 “현재 휴학하고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공인회계사의 경우 토익 700점을 충족시켜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회계법인, 기업체 같은 곳에 취직하려면 800점을 상회하는 점수가 필요하다. 학점을 관리하면서 자격증, 토익까지 챙기기는 힘들기 때문에 졸업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기업들,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인턴 모집해

한편 실무 경험을 쌓고 싶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인턴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졸업 유예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다음 연도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인턴을 채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2014년 2월 및 8월 졸업 예정자를, 현대그룹은 2014년 2월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2013년도 상반기 인턴 공채를 실시했다.

현재 졸업을 연기하고 A은행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박병준(경희대 4)씨는 “이번 상반기 인턴 공채 때 웬만한 곳에는 다 지원서를 넣어봤다. 취업을 하지 못한 채 졸업할 바에야 인턴이라도 해 돈을 버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혹시 정직원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LG U+ 인사담당팀 관계자 B씨는 “졸업한 학생들은 인턴으로 일하는 중에도 계속 구직활동을 해 결국 다른 기업에 취직할 가능성이 높다.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인턴을 모집하는 것은 인턴에서 활동이 끝나지 않고 정직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인재를 구하기 위한 정책이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려면 2, 3년은 기본으로 투자해야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도 졸업 유예는 불가피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휴학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1∼2년을 꼽은 학생이 42.4%였으며 6개월∼1년(26.0%), 2∼3년(16.9%)이 그 뒤를 이었다. 3년 이상이라고 답한 학생도 6.6%를 차지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오기호(명지대 4)씨는 “현재 6학기 째 휴학 중이다. 올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다 하더라도 또 다시 졸업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휴학으로 인해 졸업 학점을 이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국가 고시의 경우 7급 및 9급 공무원 시험보다 준비 기간이 더 길다. 행정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강성백(홍익대 3)씨는 “지난 2월 행정 고시 1차 시험에 합격했다. 2차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이번 학기에 휴학을 선택했다”며 “고시의 경우 최소한 2년에서 3년은 투자해야 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2차 시험 분량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1차 시험에 통과하고 나서 휴학을 한다”고 말했다.


글_ 박지혜 기자 bc020132@uos.ac.kr
그림_ 박승아 nulza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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