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가족이 반찬 앞에서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고 있다.
TV나 신문을 보면 ‘명절대목에도 재래시장은 울상’, ‘전통시장 불경기에 많은 사람들 업종 변경’ 등 전통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 뿐이다.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연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재래시장이 있다. 전통시장의 특성을 살린 도시락 카페를 추진해 부활에 성공한 ‘통인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통인시장의 입구에 들어서니 전통 엿을 파는 아저씨가 구성진 가락을 뽑으며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해준다. 그 옆을 지나 시장 중앙로로 들어서니 열에 일곱은 반찬 가게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식판을 손에 들고 무슨 반찬을 먹을지 이야기꽃을 피운다. 마침내 사람들은 먹고 싶은 반찬을 가리키며 가게 주인에게 엽전을 건넨다. 어디선가 ‘짤랑’하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通(이하 통)’이라는 푯말이 꽂힌 엽전 통이 반찬들 옆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다섯 군데의 반찬 가게를 지나니 엽전을 판매하는 고객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의 환율은 500원 당 엽전 1개였다. 얼마를 환전해야할지 몰라 주춤거리는 사람들에게 안내원이 한 사람당 5,000원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고 친절하게 말해줬다. 초록색 끈에 꿰어진 엽전 10개를 들고 전통시장을 구경하니 마치 조선시대 사람이 된 듯 했다.

찬찬히 가게들을 살펴보니 엽전 10개로도 부족할 만큼 반찬 종류가 많았다. 쇠고기 장조림, 오징어 젓갈 등 밥 반찬부터 떡갈비, 닭강정 등의 별미까지 다양한 음식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서성이자 주인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집 반찬은 다 맛있으니까 뭘 골라도 후회는 없을 거야”라며 맛을 자신하는 아주머니의 말에 요즘 경기는 어떤지 조심스레 물었다. 아주머니는 “여기서 일한 지 한 25년 쯤 됐나? 대형마트가 생긴 후로는 장사가 영 안 됐는데. 도시락 카페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에는 사람들로 가득해.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또 찾아주니 고마울 따름이지”라고 말했다.

반찬 종류뿐만 아니라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다양했다. 서울 지역을 여행하고 있다는 미국인 윌리엄 스미스 씨는 “한국에 있는 친구가 특별한 곳을 알려준다고 해서 따라왔어요. 한국 반찬은 알록달록해 눈도 즐겁네요”라며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자랑했다.
반찬으로 꽉 찬 도시락을 들고 고객센터 계단을 오르니 아담한 도시락 카페 ‘통’이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도시락 카페 ‘통’은 앉아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한참 도시락을 먹다 고개를 들어보니 한 어린아이가 맞은편에 앉아 잡채를 후루룩 먹고 있었다. 친구와 나란히 앉아 잡채를 먹던 김지은 양은 “옷처럼 음식도 고르고 담을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집에서 먹는 밥보다 여기 밥이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아, 엄마한텐 비밀로 해주셔야 돼요”라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어린이의 순수한 미소 앞에서는 전통시장의 불황도 무색하게 보였다. 재래시장 불황을 벗어날 해답은 이처럼 재래시장 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글·사진_ 박지혜 기자 bc0201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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