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너는 문을 잠그곤 했지. 처음엔 왠지 몰라 갸우뚱 했었지’ 9월에 발매되는 인디 싱어송라이터 Besweet(강주희·27, 이하 비스윗)의 2집 타이틀 곡 <너의 컴퓨터 속 야구 동영상>의 첫 가사다. 아마 많은 남성들이 이 노래의 제목과 가사를 듣는 순간 ‘뜨악’할 것이다. 그녀는 “연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얘기를 즐겁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만든 곡이에요”라며 귀여운 돌직구를 날린다. “제 노래는 가벼움과 진지함, 그 사이에 존재해요.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저만의 색깔을 가진 노래들이죠”라며 자신의 노래를 말하는 비스윗. 그녀의 노래에는 마치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다크초콜릿과 같은 매력이 있다.


내 주변 모든 것이 음악의 소재

어릴 때 그녀가 처음 접한 악기는 기타였다. 기타를 잡고 생각나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다보니 하나의 곡이 완성돼 있었다. 그녀는 “제가 만든 곡이 하나 둘씩 쌓여가면서 이 곡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가수가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녀에게 작사와 작곡은 일상이었다. 모든 곡을 작사·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에게 곡을 쓰는 일이란 큰 고충이지만 그녀는 어려움보다는 오히려 재미를 느끼는 듯 했다. 그녀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카페에서 들려오는 대화 등 제 주변 모든 것이 제게 영감을 줘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2집의 경우 앨범 수록곡의 반 정도를 드라마 <보고싶다>에 나온 유승호를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오빠가>라는 노래의 경우 카페에서 투닥거리며 싸우는 커플들의 대화를 듣고 만들게 됐다. 그녀는 “제3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재구성해보는 것도 정말 재미있어요. 내가 저 여자의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가정하며 가사를 쓰곤 하죠”라고 말했다.

▲ 비스윗의 1집 앨범

가수 비스윗, 자신만의 색깔을 갖다

원래 그녀는 비스윗이기 이전에 비터스윗(bittersweet)이었다. 하지만 다른 인디가수가 비터스윗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차별화를 위해 비스윗이라고 이름을 바꾼 후 활동을 하게 됐다. 하지만 비스윗으로 이름을 바꾸고 난 후에도 여전히 노래에 달콤 쌉싸름함을 지향하고 있다. 그녀는 “달콤 쌉싸름하다는 표현은 저의 가사, 멜로디 등 제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비음 섞인 목소리 역시 달콤 쌉싸름한 분위기를 내는 데 한 몫 하죠”라고 말했다.

처음에 그녀는 비음을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비음을 칭찬해주자 생각을 바꿨다. 오히려 지금은 “제 목소리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있는데 거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 비장의 무기는 바로 제 목소리예요”라며 목소리를 자신의 보물이라고 말했다.

목소리 외에도 그녀는 자신이 쓴 가사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녀는 “제 노래를 들을 때 ‘또 그렇고 그런 사랑얘기가 나왔네’라는 생각은 절대 안하실 거예요. 소재도 특이하고 가사 또한 단순하지 않거든요”라고 말했다. 즉 비스윗의 노래는 사랑 얘기를 하는 게 맞지만 일반 대중음악에서 말하는 사랑 얘기와는 차별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제 음악은 한마디로 ‘다이나믹한 연애’예요. 제 노래에는 연인들만 공유하는 사소한 비밀부터 연인과 함께 먹은 맛있는 음식에 대한 추억까지 정말 연애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어요. 이번 타이틀곡만 봐도 알 수 있죠”라며 자신의 음악을 정의했다.

▲ 비스윗의 첫 번째 EP(Extended Playing)

사람과 소통하는 음악, 편한 음악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 어쩌면 특색이 없어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더 만들고자 한다. 그녀는 “음악이라는 것은 부담스러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너무 분위기가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면 들을 수 있는 때가 한정돼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제 음악에는 슬플 때 들어도 위로가 되고 기쁠 때 들으면 행복이 되는 그런 분위기가 담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번 2집 역시 그녀의 음악 철학을 담아 앨범을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앨범에서 풍겨지는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앨범이 언제 나오는지, 왜 안 나오는지 묻는 분들이 꽤 있어요. 제 앨범을 들으며 힐링하고 싶다는 분들도 꽤 계시고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가수 생활을 한다는 것이 정말 보람차요”라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이 외에도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 사람 사이의 소통을 중시했다. 이전 앨범들에서는 순수한 자신의 내면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서 소통하는 외면적인 얘기를 많이 다뤘다. 이번 앨범을 소개하며 그녀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을 때 나오는 이야깃거리를 앨범에 담았어요. 예를 들면 연인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 연상연하 커플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너무 우울하지 않게, 진지한 이야기여도 즐겁게 풀어나가려고 노력했죠. 들으시는 분들이 즐겁게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 비스윗의 2집 앨범 <새 폴더>

음악을 하기 위해 살다

많은 대중들을 만나고 싶다는 그녀는 앞으로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영화 OST 작업 및 영화 출연, 그리고 방송 출연도 해보고 싶은 그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그녀는 “모든 뮤지션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음악을 하면서 산다기보다는 음악을 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에게 음악은 삶의 원동력이에요”라고 말했다.

음악을 하면서 후회했던 순간이 없었냐는 질문에 후회는 사치일 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보통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후회는 안 하잖아요. 조금 힘들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후회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하는 음악이 정말 즐겁고 음악을 할 때 가장 행복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떻게 소통할지 기대해본다.


정리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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