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우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무서울 때 생기는 신체적 변화들이 추울 때 생기는 변화들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름마다 무서운 컨텐츠들을 찾는다. 영화,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공포를 맛보고 더위를 잊는다. 이번 여름에는 최첨단 기술들로 꾸민 색다른 공포로 더위를 잊어보자.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을 지닌 <다크둠>과 한국민속촌의 <귀신전>과 <전설의 고향>을 직접 체험해봤다.    -편집자주-

 

사람 잡을 뻔 한 공포 <다크둠>

<다크둠>은 ‘도심형 극한 공포체험관’이라는 광고카피를 내 건 일종의 ‘귀신의 집’이다. 하지만 첨단기술을 동원한 <다크둠>은 단순한 ‘귀신의 집’ 그 이상이다. 인사동에 위치한 <다크둠> 체험관 건물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봤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피칠갑을 한 가면을 쓰고 온몸을 검은 천으로 두른 괴물이 정면으로 달려온다. 괴물들은 경우에 따라 문 앞에 쭈그려 앉아 있다가 관람객들이 오면 튀어나오기도 한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엘리베이터를 나서면 음산한 배경음악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혹은 분위기에 맞지 않는 평온한 음악이 흘러나와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4층에 위치한 <다크둠>의 첫 세트를 관람하기 위해선 3D안경이 필요하다. 3D안경을 쓰면 <다크둠>의 벽에 있는 세트는 튀어나올 듯 생생해진다. 벽에 박힌 해골과 벽의 거친 질감은 강렬한 형광색들로 실감나게 표현된다. 해골들의 눈은 붉은 색으로 형형하게 빛나기도 한다. 이렇게 실감나는 세트를 구경하는 것은 <다크둠>만의 특별한 재미다. 관람객들은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귀신들 때문에 긴장을 풀 수 없다. 한 번 관람객을 놀라게 한 귀신들이 그 관람객이 방심한 틈을 타 뒤를 따라와 다시 한 번 놀라게 한다.

친구와 같이 <다크둠>을 찾은 김정욱(연세대 1)씨는 “긴장감 때문에 손에 땀이 날 정도”라며 “앞으로 나가기도 망설여졌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어떤 한 여성 관람객은 울면서 관람을 포기하기도 했다. 귀신들이 긴장감 때문에 길을 못 찾는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는 모습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3D세트에서 나오는 조명으로 밝았던 4층의 분위기와 달리 5층의 입구는 작은 빛도 찾아보기 힘들다. 좁은 통로에 사방이 천으로 막혀있다. 어둠 속에서 어디로 갈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관객은 공포에 속수무책이다. 관객들은 어둠 속에서 손으로 벽을 더듬어 나간다. 이에 관람객은 매 순간 긴장과 공포를 느낀다. 5층이 특히 무서웠다던 김덕요(27)씨는 “천으로 사방이 가려져 있어져 긴장을 풀 수가 없었어요. 떨리고 다리가 풀릴 정도였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어둠 속에서 조금 더 걸으면 지하 하수구, 고문실, 시체실, 폐가 등이 현실적으로 재현돼 있다. 이 세트장들은 센서로 움직이는 로봇, 스파크, 영상 등의 첨단 기술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보통의 귀신의 집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이곳을 통과하다 보면 인형인 척 구석에 앉아있는 귀신을 만나게 된다. 이 귀신은 관객들이 모르고 지나치면 뒤에서 놀라게 한다. 이어 몇 개의 세트를 지나고 나면 밖으로 나오게 된다. 관람을 마친 관객들은 옥상의 테라스에 가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하고 외부에 전시된 괴물모형들과 사진을 찍는다. 복도에 전시된 모형들이 갑자기 움직여 옆에서 사진을 찍던 관람객들을 놀라게 만든다.

귀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김주원(25)씨는 “관객분들이 놀랐을 때 뿌듯함을 느껴요. 반대로 놀라서 때리거나 욕을 할 때 참 힘들어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김주원 씨는 “예전에 지적장애인 한 분께서 관람을 하시러 오신 적이 있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셔서 그 앞에서 놀라게 해 드렸는데 거품을 물고 쓰러지셔서 집에 돌아가셨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사람 잡는 줄 알았죠. 그 이후에 다시 오셔서 관람을 하셨어요”라며 기억에 남는 일화를 들려줬다.

 

한국 호러의 자존심 <귀신전>과 <전설의 고향>

한국민속촌의 <전설의 고향>과 <귀신전>은 한국적 공포를 최첨단 기술을 통해 구현한 공포체험관이다. <전설의 고향>과 <귀신전> 건물을 찾아가는 길에는 아기자기한 다른 건물들이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흉흉한 폐가의 모습을 한 두 체험관이 더욱 눈에 띈다. 건물 바깥쪽에는 무섭다기보다는 귀엽게 생긴 도깨비 모형이 서 있다. 안내사항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말해주는 방송이 스피커마다 조금의 시간차를 두고 나오면서 소리가 울리는 느낌을 준다. 이는 묘한 공포감을 자아낸다.

 
<귀신전>은 1,2,3관을 차례로 관람하는 방식이다. 각 건물에는 한국의 설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15종 귀신의 사연이 소개돼 있고 귀신들이 모형으로 재현돼 있다. 귀신뿐만 아니라 조왕신, 처용 등의 신들도 나온다는 점에서 다른 귀신의 집과는 차이를 보인다. 관람객이 모형 앞에 놓인 안내표지판의 버튼을 누르거나 센서가 관람객을 감지하면 귀신모형이 움직인다.

이 귀신들은 최첨단 영화 재현기술을 사용하여 제작됐다. 가족들과 함께 귀신전과 전설의 고향을 찾은 김형찬(10) 군은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버튼을 누르면 움직이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놀라움이 덜해서 시시했어요”라며 소감을 말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파는 김정희(46)씨는 “물론 시시하다고 하시는 손님들이 꽤 있지만 전 연령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는 해요”라며 “무서워서 울고 가는 손님들도 얼마나 많은데요”라고 덧붙였다.

또한 여름에는 때에 따라 아르바이트생이 귀신분장을 하고 <귀신전> 체험관 안에서 손님을 놀라게 하는 이벤트도 한다. <귀신전> 체험관 옆에는 <전설의 고향> 체험관이 있다. <전설의 고향>은 4명이 탈 수 있는 열차를 타고 체험관을 둘러보는 형식이다. 체험관에 들어서면 낮은 온도와 바람을 이용한 소리장치가 긴장감을 더한다. 열차는 빛이 완전히 차단된 동굴 속을 달린다.

귀신이 완전한 어둠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고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무당 모양의 귀신이 허공을 기어오면서 입에서 물을 뱉는다. 열차가 막바지에 다다를 즈음에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전하는 장수들의 모형이 서 있다. <전설의 고향>을 체험한 김윤균(21)씨는 “동굴에 들어가는 순간에 너무 어두워서 무서웠어요”라며 “데이트코스로 좋은 것 같아요“라며 <전설의 고향>을 추천했다. 김윤균씨와 함께 온 김유빈(20)씨는 "실제 사람이 놀라게 했다면 더 무서웠을 것 같아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크둠>, <전설의고향>, <귀신전>은 첨단기술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같지만 그 색깔과 매력이 다르다. <다크둠>은 다양한 첨단기술을 이용한 공포는 물론 실감나는 세트를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한편 <귀신전>과 <전설의 고향>은 다소 고전적인 구성이지만, 전연령을 아우르는 가족 체험 프로그램이다. 공포로 인한 스릴뿐만 아니라 재미와 교훈까지 주는 이런 알찬 체험관들, 참 놓치기 아깝다.

 


송동한 수습기자 sdh132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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