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혐한 시위에서 극우 단체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가 욱일기를 사용한 것과 2013 EAFF 동아시안컵 한일전 축구 경기에서 한 일본 팬이 욱일기를 사용한 것을 계기로 욱일기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욱일기는 일본 제국 시대에 사용된 일본군의 군기이다. 이 깃발 아래에서 일어난 일제의 침략 행위로 아시아 국가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현재, 욱일기는 일본에서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은 채, 해상자위대나 어선의 깃발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 대학 디자인학부에서 학생들이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배경으로 나치식 경례를 한 포스터, 일부 가수들이 패션이나 앨범 자켓에 욱일기를 넣은 것, 다이어리나 명함에 욱일기와 흡사한 디자인이 삽입된 것 등으로 인해 논란이 있었다.

욱일기처럼 자칫 외국인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인종차별로 오해를 살 수 있는 기호나 상징들이 있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떤 기호나 상징이 인종차별단체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유대인 차별 반대 단체 ‘ADL(Anti-Defamation League)’에서는 이러한 상징들을 ‘증오의 상징’으로 지칭했다. 경찰청에서도 2008년 3월 <세계의 혐오 범죄단체 현황>이라는 자료집을 발간하면서 이러한 상징들을 ‘인종주의집단 상징물’로 지칭했다. 그 중 우리가 의도하지 않게 뜻을 모르고 흔히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상징을 알아보자.

▲ 한 쇼핑몰에서 ‘남부연합군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의 태그에는 ‘인종차별주의’가 있다.

흑인들을 자극할 수 있는 남부연합군기

국내의 한 쇼핑몰에서는 빨간 바탕에 대각선의 파란 줄과 별 13개가 있는 ‘남부연합군기(The Confederate Battle Flag)’가 그려진 티셔츠나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다. 이 쇼핑몰에서는 해당 상품의 태그에 ‘인종차별주의’라는 태그를 넣었다.

남부연합군기는 1861년 남북전쟁 당시 북버지니아 육군이 처음으로 사용했으며, 남부연합의 전투기로 쓰이다가 1863년 공식적인 국기가 되어 1865년까지 쓰였다. 남부연합군기는 지금도 미국 일부 지역에서 게양하고 있고 미시시피 주에서는 공식적인 주기(州旗)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깃발을 두고 미국에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 남부 지역 시민들은 이 깃발을 단순히 ‘남부지역의 긍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KKK(Ku Klux Klan)’를 비롯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백인의 흑인지배’를 상징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또 미국내 흑인들은 이 깃발을 노예로 부림을 당했던 흑인들의 분노와 슬픔이 담긴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흑인인권단체 ‘NAACP(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는 이 깃발의 철거를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9년 미국 버지니아 주 로킹햄 카운티의 브로드웨이 고등학교에서 한 고등학생이 픽업트럭에 이 깃발을 꽂았다는 이유로 정학을 당해 남부 지역 사회에서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2000년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의회 의사당에 이 깃발이 걸려있다는 이유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패밀리 서클 컵’ 대회를 보이콧했고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이에 동참해 결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이 깃발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 깃발은 논란이 많아 흑인 앞에서 이 깃발을 디자인한 티셔츠를 입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 노브레인이 발표한 ‘대한의 전사들이여’ 앨범자켓에 ‘SS 번개’와 흡사한 문양이 있다.

나치의 또 다른 상징, SS 번개

2010년 락그룹 ‘노브레인’은 월드컵 응원가 ‘대한의 전사들이여’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곡의 앨범자켓에서 태극기를 변형한 부분 가운데 태극기의 ‘4괘’에 해당하는 부분이 ‘SS 번개’와 흡사하게 보인다.

SS 번개는 고대 북유럽의 게르만족이 사용하던 ‘룬’ 문자, ‘지그(Sig)’에서 비롯됐다. 월터 헥이 디자인을 만들어 1933년 ‘나치친위대 SS(Schutzstaffel)’의 상징으로 채택하면서 공식적으로 사용됐다. 이 상징은 ‘승리’의 의미를 지녀 나치 독일에서 가장 많이 쓰였고 아예 당시 독일에서 생산된 타자기의 한 키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대장 하인리히 히믈러의 측근, 비밀 경찰 게슈타포, 무장친위대, 죽음의 강제수용소 군인 등이 이 상징을 사용했다. 종전 이후 인종차별단체 스킨헤드의 폭력, 반유대주의, 백인우월주의, 파시즘을 상징하는 것으로 의미가 변화해 현재는 네오 나치의 문신이나 낙서에 쓰이고 있다.

작년 2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미국 해병대원들이 이 상징과 유사한 깃발 앞에서 2010년 찍었던 사진이 공개된 사건이 있었다. 미 해병대 측은 척후 저격병(Scout Sniper)의 약자였다고 해명했지만 거센 항의를 받았다. 또한 2009년 중국 질량검사총국이 수여하는 ‘중국명패상’에 사용된 로고가 이 상징과 흡사해 중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이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상징은 독일 형법 86조-A에 의해 독일 내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 상징을 그리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 국내의 한 쇼핑몰에서 나치에서 사용한 해골이 그려진 ‘나치 해골 나염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모르고 쓰면 큰일 나는 해골

국내의 한 의류 쇼핑몰에서는 버젓이 ‘나치 해골나염 티셔츠’라는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이 티셔츠의 가운데에는 나치 군모를 쓴 해골이 그려져 있다. 일반적인 해골은 문제가 없으나 해골 뒤에 교차된 뼈가 있거나 나치 군모를 쓰고 있는 경우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 해골 문양은 순수 게르만족으로 구성된 나치친위대 SS 산하 기갑 사단 중 하나인 ‘제3 SS 기갑 사단 토텐코프(The 3rd SS Panzer Division Totenkopf)’와 ‘SS 해골단 토텐코프 베르반데(SS-Totenkopfverbande)’가 사용했다. 이들은 폴란드 침공에 참전해 강제수용소의 경비임무를 맡아 수많은 유태인들을 학살했다. 또 2차 세계 대전 당시 ‘폭격항공대 54 토텐코프(Kampfgeschwader 54 Totenkopf)’가 사용했다. 스킨 헤드나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유태인이나 소수인종을 살해한 것을 자랑하기 위해 이 해골 문양을 문신으로 새긴다. 또한 이 해골 문양은 네오 나치 집회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SS 번개와 마찬가지로 독일 형법 86조-A에 의해 독일 내 사용이 금지돼있다.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해적기 ‘졸리 로저(Jolly Roger)’와는 다르다.

▲ 부산 벡스코 코믹월드에서 나치 코스프레를 하며 독일제국 군기솔 사용하는 모습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하켄크로이츠를 대신하고 있는 독일제국군기

최근 부산 벡스코 코믹월드에서 한 코스프레 커뮤니티가 나치 코스프레를 하면서 ‘독일제국군기(The German Imperial War Flag)’를 사용한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와 거센 비난을 받았다. 또 K리그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일부 서포터들이 경기장에서 이 깃발을 모티브로 사용하면서 축구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프로이센기, 프로이센 전투군기, 독일 제2제국군기로 불리는 이 깃발은 1867년 북독일연맹 해군기에서 유래돼 1871년부터 1918년까지 독일 제2제국의 군기로 사용되었다. 1900년 중국 의화단 운동 8개국 진압과 1917년 체펠린 비행선에서 사용됐고 독일 제2제국 해군이 식민 지배를 위해 세계 각지로 진출할 때 내걸었다.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일어난 ‘카프반란(Kapp-Putsch)’에서 쿠데타 지지자들이 사용했고 나치의 지지자들이 과거 독일 제국의 영광 재현을 외치며 비공식적으로 사용했다. 1935년 나치는 이 깃발을 변형해 ‘하켄크로이츠(Hakenkreuz)’가 들어간 새로운 전투군기를 만들었다. 종전 이후 잠시 사라졌다가 독일 통일 후 사회 혼란을 틈타서 다시 나타났다. 유럽에서 하켄크로이츠가 법적으로 금지되자 독일 내 네오 나치가 대신해서 쓰고 있다. 본래 인종차별이나 반유대주의적 의미는 없었으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사용하면서 의미가 변화됐다. 따라서 이 깃발을 꺼내서 사용하거나 그리는 것은 삼가야 한다.


서주훈 수습기자 joohoon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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