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로 저항의 물결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까지 동참해 시국선언을 하며 벌써 수많은 대학들이 동참했다. 시국선언의 물결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타 대학들이 앞다퉈 시국선언을 발표할 때 우리대학은 그 저항의 물결에 침묵하고 있었다. 이유는 학내에서 시국선언 참여 여부를 두고 논쟁이 팽팽했기 때문이다. 학생 대표들은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총학도 대의원들도 우리대학 시국선언을 둔 논쟁 속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 것이다. 그러던 중에 우리대학 평학생 201명이 침묵을 깨고 시국선언 발표를 먼저 해 버렸다. 이는 학생대표에게 의존하지 않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기에 우리대학에 의미있는 역사로 기록됐다. 하지만 학생 대표들의 행동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평학생이 들고 일어나고 내외부적으로 ‘시립대는 정치 무풍지대’라는 비난이 일자 학생 대표들은 황급히 임시 대의원회를 소집했다. 그러나 대의원회 분위기는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뭔가 발표는 해야겠는데 뒷북이라는 비판은 걱정되고 구체적인 생각도 없어 마치 사고수습 회의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의원회에 참석한 학생대표 중 누구도 먼저 나서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사회자는 연신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대표들은 “내 의견이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시국선언에 대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의원들에게 용기가 없었던 것인지 아예 현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던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단과대는 학생들의 의견을 설문조사 하고 SNS를 통해 공지하며 의견수렴을 했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시기를 잘못 탔다. 안하려면 확실히 안했어야 하고 하려면 일찍 했어야 한다. ‘NLL’과 ‘이석기’ 이슈로 정치 화제가 전환되고 있는 지금 우리대학의 시국선언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었을지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철규 기자 27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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