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학교 앞 한 분식집. 좁은 가게는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온 대학생들로 가득 찼다. 여느 음식점과 다를 것 없는 풍경이다. 식사를 주문하고 가게를 둘러보던 중 파란색 게시판이 눈에 띄었다. ‘어떤 고마우신 분이 미리 내주셨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최정원(52) 사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정원 씨는 “미리내 운동은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위해 음식 비용을 미리 지불해주는 운동이야. 쿠폰에 미리 내준 품목을 적어 제출하면 그것을 가게 밖의 게시판에 적어. 그러면 이것을 누군가가 이용하고 그 사람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다시 돈을 미리 지불해 주는 식이지. 새로운 기부문화라고 할까?”라고 미리내 운동에 대해 설명했다.

최정원 씨는 이미 사용한 ‘미리내 쿠폰’ 뭉치를 보여주며 “인근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기부문화를 가르치면서 우리가게 소개를 많이 해줘. 덕분에 우리가게는 미리내 운동이 꽤나 활성화돼 있지”라고 말했다. 이 가게에 자주 기부를 한다는 한상대 씨는 “기부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마침 단골 가게가 미리내 운동을 한대서 기분이 좋았죠”라고 말했다. “전 주로 영등포에서 홈리스를 위해 활동을 하는데, 미리내 가게가 많이 퍼져서 그곳 사람들도 미리내 운동에 동참했으면 좋겠어요”라며 미리내 운동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기부자가 동시에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이 운동의 매력이야”라는 최정원 씨의 말을 듣고 흥미를 느낀 기자는 주먹밥 2개와 음료 값을 ‘미리내’고 종로로 발걸음을 향했다.

▲ 미리내 가게임을 알수 있는 현판
낙원상가의 한 악기점. 이곳에도 미리내 가게임을 알 수 있는 현판이 붙어 있었다. “음식점도 아닌데 미리내 가게라는 것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아”라고 말한 이헌엽(40) 사장은 “미리내 운동을 시작한 준호(동서울대학 전기정보제어과 김준호 교수)형의 제안으로 운동에 동참했어. 값비싼 악기 값을 미리 내주고 가라 이런 게 아니고 기타줄이라던지 초크 같은 간단한 것을 나누자는 거야”라고 말했다. 요식업계 이외에는 아직 널리 퍼지지 않은 미리내 운동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커피 한 잔, 밥 한 끼 정도는 쉽게 기부하는데 악기 분야는 그렇지가 않아”라고 말한 이헌엽 씨는 “우리가게는 거의 지인들만 미리내 운동에 동참하고 있어. 이 운동이 그렇게 거창한 것도 아니니까. 손님들도 미리내 현판을 본다면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동참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지”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오늘 자네가 미리 내고 간 거 다 나갔어. 벌써’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페이스북을 켜니 최정원 씨의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가게 인근에 있는 중학교 아이들이 내가 지불하고 간 주먹밥을 먹고 그 아이들도 기부를 이어갔단다. 마음 한켠이 뿌듯했다. 그 아이들의 기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꼬리를 물고 이어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행복한 상상 속에 어느새 취재의 피로는 멀리 날아갔다.


글·사진_ 김준태 수습기자 ehsjfem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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