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지마! 정신줄

 
‘대학생 절반 우울증… 정신건강 상태 심각’, 요즘 TV나 인터넷을 보면 심심치 않게 대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위험하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취업, 학점, 인간관계, 가족 등 대학생들에게는 신경 써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이런 대학생들이 현재 자신의 정신건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놓지마! 정신줄> 기사를 기획했다.    -편집자 주-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가기가 꺼려지는 곳, 바로 신경정신과의원이다. 서울시립대신문은 신경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깨고, 현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진단하기 위해 신경정신과의원을 찾았다.

병원에 가기 앞서 먼저 지원자를 모집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대학 학생인 신정호(가명, 24)씨를 만났다. 정호 씨는 “작년 2학기에 제대 후 복학을 하고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겪었어요. 이번 1학기에도 비슷한 증상을 겪은 적이 있었고요. 지금은 많이 극복했지만 왜 자꾸 이런 증상들을 겪는지 궁금해서 신청을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첫 상담은 의사와 정호 씨의 동의하에 기자가 함께했다. 정호 씨는 먼저 자신의 불편하고 힘든 점에 대해 하나하나 의사 선생님에게 터놓았다. 정호 씨는 “주기적으로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와요. 현재는 회계사 시험 준비 때문에 수면 장애도 온 것 같아요. 새벽 3시쯤 잠을 깨면 다시 잠에 들지 못해요”라며 자신의 고민을 얘기했다.

 
의사는 계속 정호 씨에게 본인이 이해하고 있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표현하도록 격려했다. 그는 “시험 준비를 하느라 인간관계 대부분을 차단했지만 그래도 가끔 친구를 만날 때가 있어요. 만날 때는 좋지만 놀다가 집에 오면 공부가 하기 싫어져요”라고 말했다. 계속 짜여진 틀에서만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새로운 환경을 접하니 다시 돌아가기가 싫은 것이다. 그는 “친구를 만난 뒤에는 1주일 정도 공부를 놓고 게임만 하게 돼요. 밤을 계속 새느라 생활이 망가지고 하루에 한 끼씩 먹느라 영양도 불균형해지고요”라며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에 대해 얘기했다. 실제로 한 달 전쯤에는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대상포진에 걸리기도 했다.

의사는 정호 씨에게 “스스로 정리되거나 이해되는 부분이 있나요?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라며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하도록 독려했다. 정호 씨는 평소 사색을 많이 하고 나름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표상적인 것들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좀 더 깊숙이 보도록 권유했다.

정호 씨는 자신의 증상에 대한 이유를 상담 과정을 통해 찾아나갔다. 의사는 일단 자신이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라고 했다. 의사는 “전문가가 되는 과정은 자신의 자만심을 다 내려놓는 과정입니다. 내가 알지 못하던 방대한 지식을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끊임없이 좌절하게 되거든요. 자만심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그 과정을 못 견디지요. 하지만 왜 인내를 하는지 아세요? 목표가 확실하니까 그런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 합격하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하다가 결과를 얻으면 상당히 허무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의사는 “어떤 씨앗을 심느냐가 중요해요.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내가 내 인생에서 모든 걸 걸겠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하죠. 피상적인 이유로 회계사 공부를 하는 것만으로는 그 삶을 견뎌내기 힘들 수도 있지요”라며 조언했다.

또한 정호 씨는 군대에서의 삶이 익숙해 현재 자신의 삶과 괴리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군대에서는 계급이 올라가면 인정과 대우를 받는다. 군생활을 하다가 전역을 하고 나니 그런 것이 모두 없어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얘기를 했다. 의사는 “거대한 시스템에서 적응을 잘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이는 굉장한 강점이니까 공부할 때도 이를 이용해 그룹 스터디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첫 번째 상담은 끝이 났다.

며칠 후, 정호 씨는 다시 한 번 신경정신과의원을 찾았다. 의사의 권유로 2차 상담 때는 기자가 동행하지 않은 채 상담을 진행하게 됐다. 정호 씨는 “두 번째 상담에서 정신상담의 목적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데, 정신 상담은 그 사람이 빨리 어려움에서 벗어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해요”라고 말했다.

상담을 모두 마치고 잠시 의사와 기자의 면담이 이뤄졌다. 의사는 이번 상담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떤 걸 느꼈냐고 물어봤다. 본 기자는 “나도 문제가 없는 편이 아닌 것 같다”며 상담을 받을 기회가 있다면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의사는 “결핍이 있다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결핍이 당신의 삶의 원동력 및 재산이 될 수 있어요. 물론 본인은 그 결핍 때문에 괴롭겠지만 그 결핍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잖아요. 결핍은 재산이 될 수 있어요”라며 본 기자를 격려해주기도 했다.

모든 상담이 끝난 후 정호 씨는 두 번의 신경정신과 상담을 통해 내면의 욕구와 불만, 무의식적 성향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 현재 자신의 위치와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목표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는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대학생이라면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을 거예요. 정말 힘들고 지칠 때 꼭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본인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의 최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라고 상담을 마친 소감을 말했다.

글·사진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미래가 깜깜하다고 느껴져서 모든 일에 무기력해졌다는 강수민(가명, 22세)씨를 만났다. 그녀는 “잠을 자거나 게임을 하는 등 현실도피만 하고 있어요. 남들은 저를 밝고 외향적인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저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점점 지쳐가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다고 아무도 생각 못할 거예요”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기자는 수민 씨와 함께 신경정신과의원을 찾았다.

첫 진료는 정호 씨와 동일하게 기자가 동반했다. 상담 및 진료 내용은 원래 환자의 치료 목적 이외의 용도로는 절대로 공개할 수 없지만 수민 씨는 이번 기사를 위해 자신의 진료 결과를 공개하겠다며 동의서에 흔쾌히 서명을 해줬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상담이 시작됐다. 첫 상담에서 의사는 수민 씨가 어떤 어려움을 갖고 있는지, 어떤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지 등 전반적인 상황을 물었다. 수민 씨는 “사람들을 만나면 제가 가식적으로 변해요. 남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은행에 갔는데 직원이 제게 약간 무례하고 차갑게 대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왠지 모를 서러움에 그 상태로 은행을 뛰쳐나온 적도 있어요.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서워요”라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의사는 “남들은 그냥 기분이 살짝 상할 수 있는 일에 수민 씨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지금 수민 씨의 마음이 위축돼 있어서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일 수 있어요. 혹시 최근에 수민 씨의 마음을 위축시킨 어떤 상처들이 있나요?”라고 수민 씨에게 물었다.

 
수민 씨 마음속에 있는 상처들을 하나씩 꺼내보니 상담은 저절로 가족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경제적 이유로 시작된 가정불화였다.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있었다. 가정불화는 수민 씨가 재수하던 시절에 극에 달했고 그 이후부터 그녀는 밤에 잠을 제대로 이뤄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녀는 “낮에 아무리 피곤한 일을 해도 새벽 3시 이전에 잠을 자본 적이 없어요”라고 설명했다. 아버지를 신뢰하지 못하고 가정이 불안정하다 보니 그녀는 안정감을 남자친구로부터 찾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현재 남자친구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의사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해석’인데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 사고가 왜곡되고 상황을 잘못 해석하게 돼요. 수민 씨는 현재 아버지께 보호받고 싶은 의존심이 좌절돼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커져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객관적으로 보면 아버지도 인생의 큰 위기감 속에 계신 것 같아요. 마음의 상처가 아물면 수민 씨도 아버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첫 진료 결과 수민 씨는 가정불화로 인한 상처가 매우 컸다. 상처들로 인한 피해의식이 그녀를 사람과의 만남으로부터 고립되게 만들었고 우울, 불안, 불면을 야기한 것이다. 의사는 “신경정신과 상담은 수술하는 것과 비슷해요. 환자의 마음을 드러내고 하나씩 그 상처들을 치유해나가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그 이후에 두 번째 진료는 기자가 동반하지 않고 진행됐다. 수민 씨는 전보다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수민 씨의 심리상태를 신속하면서 객관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이번에는 우리대학 학생상담센터를 찾았다. 그곳에서 수민 씨는 ‘다면적인격검사’와 ‘문장완성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그녀는 자존감이 매우 낮고 부정적인 사고가 지배적이며 불안하고 우울한 정도도 매우 높게 나왔다. 상담사로부터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을 들은 수민 씨는 “상담사께서는 제가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많이 약해져 있다고 했어요.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면 그 스트레스가 신체로 발현되기도 한다는데 그것들이 저의 상태와 똑같았어요. 실제로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온종일 머리가 아프고 식욕이 없어져요. 손이 떨릴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질 때도 있죠”라며 검사 결과를 말했다. 앞으로 그녀는 학생상담센터에서 꾸준히 상담을 받을 예정이다.

약 일주일 간 신경정신과의원과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치료를 받은 수민 씨는 “이번 상담치료 동안 때로는 마음이 더 힘들 때도 있었어요. 잊으려 애썼던 일을 다시 생각해내는 것이 제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저 혼자 짊어지고 있던 고민을 다른 누군가가 공감해주고 함께 해결해주고자 노력해주니 그 자체로 많은 힘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신경정신과의원이라고 하면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수민 씨도 처음엔 신경정신과의원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진료 받기가 조금 꺼려졌다고 한다. 그녀는 “저는 병원을 가봐야 할 정도로 정신이 이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걱정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심각한 독감일 때만 병원을 찾는 게 아니라 가벼운 감기일 때도 병원에 찾듯이 신경정신과의원도 그런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마음이 지치고 힘들다면 거리낌 없이 상담치료를 받아보길 바라요. 비용이 부담된다면 학생상담센터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그곳을 이용해면 좋겠네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글·사진_ 장누리 기자 hellonoory@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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