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서 행복해요

혼자서 살게 되면 얻는 가장 큰 이점은 ‘자유’. 드디어 부모님의 간섭에서 해방됐다는 김민주(사회복지 12)씨는 “자취를 하니까 제 마음대로 이것저것 할 수 있어요. 나만의 공간이니까 친구도 마음대로 데려올 수 있고요. 학교가 가까우니까 늦게 일어날 수도 있어요. 생활이 정말 자유로워요”라며 행복해했다. 방기쁨(성신여대 3)씨는 “통금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옛날에는 통금 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집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 아무 때나 집에 들어갈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서정민(국민대 2)씨는 처음 집을 계약하던 때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정민 씨는 “부모님의 의지대로 많은 걸 결정했던 과거와는 달리 제가 살고 싶은 곳에 제가 계약을 한다는 사실이 정말 뿌듯했어요”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가사 일을 잘하게 된 것 역시 큰 장점이다. 이승지(이화여대 2)씨는 “이제 웬만한 일은 혼자서 다 할 수 있게 됐어요. 이게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좋게 생각하면 장점이죠. 빨래, 청소 등 모든 집안일이 이제 수월해졌어요”라며 혼자 사는 삶의 장점을 말했다.


굳세어라 1인 자취생

혼자 사는 자취생은 자신을 믿지 못한다. 승지 씨는 “혼자 살다보면 제 판단을 제가 못 믿을 때가 많아요. 정말 내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옳게 생각했는지 의심이 많이 들더라고요”라며 고충을 말했다. 얼마 전 집 문제로 소송을 당할 뻔 했다던 승지 씨는 “요즘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참고 넘어가야 하는 일인지 아니면 화내는 게 정당한 일인지 내 판단을 못 믿을 때가 많아요”라며 서러워했다.

혼자 사는 자취생은 무섭다. 기쁨 씨는 “혼자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더라고요”라며 말을 시작했다. 그녀는 “어느 날 새벽, 집에 가만히 있는데 누가 문을 똑똑 두드리더라고요. 그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니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무서운 일을 많이 겪었다는 그녀는 “지하방에 사는 데 창문 틈 사이로 눈이 보이더라고요. 저를 계속 훔쳐보던 거였죠”라며 가장 소름끼치는 일화를 얘기했다. 정민 씨 역시 혼자 살다가 봉변을 당했다. 집 앞 편의점을 갔다 오다가 술 취한 행인에게 칼에 찔린 것이다. 정민 씨는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치안이 좋다고 소문난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일어났어요. 혼자 살면 어디에 살아도 안심할 수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혼자 사는 자취생은 서럽다. 정민씨는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혼자이다 보니 제한돼 있어요. 치킨이나 족발은 꿈꿀 수도 없죠”라고 말했다.

혼자 사는 자취생은 건강을 챙기기가 어렵다. 민주 씨는 “밥 먹는 게 가장 힘들어요. 아무도 저를 챙겨주지 않으니까요. 아침을 거르는 건 다반사죠”라며 씁쓸해했다. 정민 씨는 몸이 아파도 혼자서 끙끙 앓을 뿐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다. 기쁨 씨는 “얼마 전에 위경련에 걸린 적이 있었어요. 위경련이 걸리면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근데 혼자이다 보니 응급실에 갈 수도 없었죠. 진짜 그때는 이렇게 죽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내 룸메를 소개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취·기숙사생들의 룸메이트(이하 룸메)들 역시 각양각색이다. A(24)씨는 자신의 룸메에 대해 얘기하는 내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녀의 룸메는 기숙사에서 정말 잘 나가는 퀸카이다. 그녀는 “화장하는 데만 두 시간이 걸려요. 뭘 그렇게 많이 바르는지 모르겠어요”라며 “그렇게 화장할 시간은 있으면서 청소할 시간은 없나 봐요. 한 번도 청소를 안 했다니까요. 제 옆자리에 그 아이의 옷이 점점 쌓여 나중에는 이게 옷인지 무덤인지 헷갈릴 정도였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와 룸메는 아직 대변도 못 텄어요”라며 수줍게 말을 하는 B씨. 그녀는 “룸메랑 정말 안 친해요. 대화할 때도 그냥 필요한 말만 하고 서로 계속 등지고 있어서 사생활은 정말 철저히 보호됐죠”라며 웃었다. 이렇게 어색하다 못해 남남 같은 사이인지라 편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고 한다. 그녀는 “서로 쑥스러워서 큰일을 볼 때는 공중화장실에 가요. 방에 버젓이 화장실이 있는데도 말이죠”라며 멋쩍어했다.

앞의 사례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안선호(건국대 4)씨는 현재 자신의 룸메인 흑인 여성에 대해 얘기를 했다. 냄새가 난다거나 음식 차이는 인종이 다르니까 백 번 이해한다는 선호 씨. 이런 선호 씨를 당황시킨 건 다름 아닌 그녀의 종교였다. 그녀는 “제 룸메의 종교는 이슬람교예요. 그래서 하루에 5번은 의무적으로 예배를 드려야 해요. 다 이해하는데 대체 왜 문 앞에서 예배를 드리는지 모르겠어요. 기숙사에 들어오다가 그 분을 밟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둘이 함께 이모저모

둘이 함께 살았을 때 가장 좋은 점은 ‘외롭지 않다’는 것이다. B씨는 “아무리 룸메랑 친하지 않아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더 나은 것 같아요. 혼자 있으면 좀 무서울 때가 많거든요”라고 말했다. 또한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둘이 함께 살았을 때 장점이다. 선호 씨는 “같이 생활하다 보면 생활비가 많이 절약돼요. 한 쪽이 없는 물건을 같이 공유해서 쓸 수 있어요. 또 세탁기 같이 돈이 많이 드는 물건의 경우 각자 살 필요 없이 두 명이서 하나를 쓰면 되니 돈이 많이 절약되는 편이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둘이서 함께 살 때 고충 역시 많은 듯 했다. A씨는 “둘이서 계속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서먹해질까 봐 불만을 말하기가 힘들어요. 불만을 말하는 순간 싸우게 되거든요”라며 고충을 얘기했다. 또한 룸메가 자꾸 친구를 데려와 생기는 고충도 있다. A씨는 “갑자기 연락도 없이 문 앞에 친구를 데려와 놓고 오늘 친구 데려와도 되냐고 물어봐요. 바로 앞에 그 친구가 있는데 어떻게 싫다고 말을 해요”라고 말했다.

서로의 성향 차이 때문에 불편한 점 역시 많다. B씨는 “서로 추위 타고 더위 타는 게 달라서 방 온도 조절하는 데 항상 애먹어요. 또 누군가가 밤늦게까지 과제나 공부를 해야 할 때 한 사람은 무조건 희생을 해야 하죠. 안대를 껴도 소리가 신경 쓰여 잠을 잘 못자요”라며 씁쓸해했다.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