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문화학과>

 
 
학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인문대학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이현정입니다. 이번에 신설된 이 코너의 첫 번째 필자로 글을 쓰게 돼 영광스럽기도 하고 부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 연구 분야를 우리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임무인데요, 먼저 제가 연구하는 분야가 ‘중국현대문화’라는 것부터 말씀드려야겠지요. 이 분야는 사실 철학, 역사학, 물리학 같은 전통적 학문 분야라기보다는 ‘문화연구’라는 학문영역의 흥기와 중국에 대한 통섭적 지식에 대한 수요가 더해져서 최근에 성립된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무엇을 연구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현대 중국의 모든 것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답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용적 목적으로 중국의 정치·경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의 중국학과와는 달리 인문학적인 관심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말하자면 일종의 인문학적 지역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방법론 없어 어려움 문학 분석 응용해 연구 중

저의 연구목표는 현재로서는 ‘지금의 중국을 이해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중국 사회 전반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필요하고 지금의 중국을 만든 과거의 중국도 알아야 하며, 중국 외부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정치· 경제도 이해해야 하고 역사학적인 문제의식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비교문화적인 시각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을 연구하기 위해 일정한 방법론적 틀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어려움도 많이 있고,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이 분야의 연구방법과 학문적 정체성에 대한 모색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구방법론으로 보자면 연구자가 받아온 학문적 훈련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정통 사회학이나 정통 경제학 등의 방법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입니다. 중국문화를 연구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그렇듯이 저는 문학연구를 위한 훈련을 주로 받았습니다. 따라서 문학연구의 방법론을 확대해서 각종 텍스트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이때 텍스트에는 문자로 된 텍스트뿐만 아니라 시각 자료, 영상,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문화적 현상들이 폭넓게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테면 미술작품을 연구하는 데 문학연구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이므로 필요한 분석방법들을 계속해서 공부하고 결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박사과정에서 만주 지역을 둘러싸고 형성되었던 민족적 공동체에 대한 대안적 상상의 사례들을 연구했고 특히 농민, 여성, 소수민족 등 소외된 계층의 입장과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서울시립대에 부임한 지 이제 3년이 되었는데요, 지난 3년간은 전문적 연구자로서 연구의 기반을 확장해가는 단계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래의 전공분야였던 문학보다는 중국 사회 쪽에, 또 시간적으로는 근현대보다 당대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공부를 해왔습니다.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동료 연구자들과 독회를 진행하면서 한동안은 중국식 발전모델에 관한 학계의 다양한 담론들을 공부했고, 최근에는 1950년대부터 다시 보아야 한다는 인식 하에 마오쩌둥의 저작들을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격동의 시기의 내적 맥락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 이현정 교수의 연구 주제 중 하나인 영화<리솽솽> (1962)

예술, 다원적 구성, 정치 운동 중국을 이해하는 핵심 주제들

이러한 공부를 바탕으로 제가 최근에 발전시키고 있는 연구 주제는 첫째로 1950-60년대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화 텍스트 및 그 수용에서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서 ‘인민대중’의 상이 구현되는 양상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예술은 정치에 짓눌리고 예술적 자유가 박탈되어 예술적 가치를 상실한 예술입니다. 그러나 신생 중화인민공화국의 내적인 논리와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예술을 정치적 선전물로 낙인찍고 돌아설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녔던 대중성과 미학적 특성을 면밀하게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는 당시에 중요한 예술적 매체로 인식됐던 영화를 중심으로 대중과 예술과 정치 사이의 접점을 설명해보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중국이라는 국가의 다원적이고 다층적인 구성에 대한 중국 지식인의 담론입니다. 중국의 다원적인 민족 구성, 그리고 전통적 중화의식과 근대적 국가관의 중첩 양상에 관한 대표적 중국 지식인의 저작들을 이론적으로 분석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티베트 등 소수민족지역 문제, 타이완·홍콩 문제, 기타 주변국가와의 영토분쟁 등에 대한 중국 지식인들의 입장과도 관련되고, G2로 부상한 중국의 국제적 지위에 대한 중국인의 자기 인식과도 관련됩니다. 특히 이런 문제들을 풀어낼 때 부각되는 ‘중국은 역사 및 내적 구성에 있어서 특수한 국가형태이다’라는 주장의 내용과 타당성을 중점적으로 탐구해보려고 합니다.

세 번째로는 사회주의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났던 정치 운동과 강압적 통제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둘의 관계가 드라마틱하게 표출됐던 시기가 바로 1950년대 후반이고, 백화제방운동과 반(反)우파투쟁이 그 원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에서 시도됐던 정치 운동의 의미를 내적 맥락으로부터 재인식하는 작업은 냉전의 유산을 극복하고 지구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며 공존할 방안을 찾아나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정치 운동을 권력투쟁이나 행정의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운동의 차원에서 평가하는 일은,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중립적인 기술, 법칙, 효율이라는 환상 속에서 잃어가고 있는 가치들을 되살리는 데도 참조가 될 수 있습니다.

저의 연구가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좀 더 정확하고 균형 있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나아가 흑백논리와 편견을 걷어내고 우리의 문제를 사고하는 데 도움이 될 풍부한 참조체계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보람일 것입니다. 이제 열심히 연구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글_ 이현정 교수 hlee@uos.ac.kr
사진_ 서주훈 기자 joohoon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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